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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당장 할까 기다릴까…전문가 “지금부터 나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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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내년 1월에 아이가 유학 가는데 환전을 지금 해둬야 할까요? 좀 더 기다리면 더 떨어질까요?”

최근 유학생이 모여 있는 카페 게시판에는 환전 시기를 상담하는 글이 많다. 불과 몇 달 전 1500원대까지 내려갈 것 같았던 원화가치는 1200원대로 급격히 올라서더니(환율은 하락) 다시 1320원대로 내려갔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원화가치에 환전 시기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9원 내린 1321.7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7일만 해도 1401.2원까지 낮아졌던 원화가치는 최근 1300원대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급등한 원화가치에 일부 투자자는 울상이다. 대표적으로 달러로 주식을 거래하는 서학개미다. 최근 빅테크 주가 급등했으나 원화가치도 함께 급등해(환율 급락) 이익을 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애플 투자자는 지난 3일 138.88달러에 주식을 매수했으면 이달 2일 147.81달러로 올라 한 달 사이 6.4%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원화로 환산해보면 오히려 19만7700원에서 19만 2100원으로 손실을 본다. 같은 기간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달러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진 탓이다.

강달러가 계속되리라 생각하고 외화 예금을 든 사람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지난 9월에는 1430.2원까지 하락했었으나, 이달 초 1292원까지 올랐다. 만약 1400원 중반에 샀다면 10% 가까이 손해를 본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거주자외화예금은 81억5000만 달러 증가했는데, 역대 두 번째로 크게 증가했다. 10월만 해도 달러가 더 오르리라 본 기업과 개인투자자가 많았던 영향이다.

다만 최근과 같은 원화가치 상승이 계속 이어지긴 어렵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종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12월에 이어 내년 2월에도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아지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근 들어 원화가치가 급등한 건 Fed의 피봇(방향 전환) 기대감 영향이 컸다”며 “하지만 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Fed가 방향을 바로 틀지 않을 것이므로 기대감이 꺾이면 달러는 다시 상반기에 강세를 보이며 내년 상반기에 1400원대까지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짙어지는 침체 우려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불확실성과 침체에 대한 우려가 섞여 달러는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내년 상반기 1400원 초반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달러가 고개를 숙이는 건 내년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심각한 경착륙이 아니라 연착륙이라면, 하반기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전문가는 하반기에는 달러당 원화가치를 1200원 후반~1300원 초반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 달러의 분할 매수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김유미 연구원은 “상반기에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 분할 매수에 들어가도 좋다”며 “내년 원화가치가 오르더라도, 지금과 비슷한 1200원 후반대가 꼭짓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승혁 연구원은 “다음 주 미국 소비자물가와 FOMC가 변곡점이므로, 전후로 나눠 매수하는 것도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이라고 권했다.

반면 달러 직접 투자는 전략을 다시 짤 시점이다. 백석현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보면 절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낮은 시점이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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