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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우디 일정 시작…中-아랍 밀착 지도력 과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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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도착해 사흘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빈 살만 왕세자가 '중동 지도력'을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시 주석의 방문 기간인 9일 중국·아랍 정상회의 등을 개최해 중동 전역의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은다고 전했다. 중국·아랍 정상회의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엔 최소 14명의 아랍 국가 원수가 참석할 전망이다.

또 사우디가 미·중 갈등으로 양극화된 세계 질서를 서방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6년 만났을 당시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6년 만났을 당시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동의 큰 형님'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중동 내 최대 우방국이지만, 2018년 사우디 반(反)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최근 원유 증산 정책 등을 놓고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그래서 중국이 이번을 기회로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시 주석이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에 참석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또 시 주석은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해 살만 국왕의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이번 사우디 방문으로 양국의 경제 분야 밀착이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SPA 통신은 시 주석의 방문 기간 사우디와 중국이 292억6000만 달러(약 38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현재 사우디산 원유의 25%를 사들이는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알자지라는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석유 시장이 혼란에 직면한 가운데, 이번 사우디와 중국의 정상회담에선 석유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양국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중동 전문가 아이함 카멜은 "사우디는 이제 필수적인 경제 파트너인 중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략적 계산'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경제를 중점에 둔 실리적인 외교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는 모습. AP=연합뉴스

사우디 분석가인 알리 시하비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최근 몇 년간 양국 관계가 상당히 깊이 발전했음을 보여 준다"며 "양국 간 여러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6일 미 연방법원은 카슈끄지의 약혼녀와 시민단체가 빈 살만 왕세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면책특권'에 근거해 각하했다. CNN에 따르면 워싱턴DC 존 베이츠 판사는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배후란 원고 측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만, 그가 외국 지도자로서 면책특권을 지닌다는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을 거부할 수 없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미 정부가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총리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인정하자 시민단체는 그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했다. 가디언은 이번 미 법원의 소송 각하는 카슈끄지의 죽음에 대한 빈 살만 왕세자의 책임을 묻기 위한 시민단체 등의 노력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했던 시민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는 이번 법원의 결정 후 "다른 가능한 법적 조치를 알아보고 있다"며 "정의를 위해 계속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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