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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적금 가입했더니 "염치없지만 제발 해지해달라"…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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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남해축산농협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일부.

7일 남해축산농협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일부.

“고객님,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7일 경남 남해의 상호금융 남해축산농협이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사항의 일부다. 10%대 정기적금 상품에 목표치의 100배가 넘는 뭉칫돈이 몰리자 “상품을 해지해달라”는 사과문을 게재한 것이다. 최근 고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높은 금리를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족(유목민)이 한꺼번에 몰리며 벌어진 일이다.

이날 남해축산농협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순간의 직원 실수로 적금 10%가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며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에 경영의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공지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남해축산농협은 지난 1일 연 10%대 금리를 제공하는 NH여행적금(정기적금)을 선보였다. 당초 은행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는 대면 가입 조건의 상품이었다. 해당 상품이 직원의 실수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NH스마트뱅킹을 통해 비대면으로 판매되면서 1400억원 상당의 자금이 몰린 것이다.

문제는 남해축산농협은 1400억원어치 적금에 연 10% 금리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단순 계산으로만 이자로만 140억원대의 비용(세전)이 필요하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남해축산농협 출자금은 약 73억5300만원, 현금자산은 3억2900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당기순이익은 9억1200만원이었다.

현재 남해축산농협은 고객들에게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니 해지해달라“고 전화를 돌리고 있다. 또 "지역민이 피땀 흘려 만든 남해축산농협을 살리기 위해 고객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

농협중앙회도 이번 사태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창구에서 판매 예정이었던 상품이 시스템상 비대면으로 표시가 되면서 자금이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재 관련 해결책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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