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겠다” 대전이어 충남도 반기…논란 확산에 당혹스런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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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예고에 따라 중앙정부에서도 마스크 의무화 해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은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예고에 따라 중앙정부에서도 마스크 의무화 해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은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에 이어 충청남도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자체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나서면서 찬반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당장 해제하기는 어렵고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태흠 지사 “효과 있는지 의문…자율 바람직”

논란의 출발점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발언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5일 오전 충남도청에서 열린 실·국·원장 회의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코로나19 예방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출장으로 미국, 유럽 등을 다녀보니 외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있지 않았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 자체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질병관리청에 전달해달라”고 회의 참석자들에 당부했다.

앞서 대전시는 최근 코로나19 중대본에 공문을 보내 ‘오는 15일까지 정부 차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자체 행정명령을 발동해 풀겠다’고 통보했다. 마스크 의무화와 관련 지자체가 처음으로 정부와 다른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이다.
(관련 기사/"실내마스크 미·유럽처럼 벗겠다" 대전시 통보…당국은 반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2975)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야 하는 근거로 두 지자체 모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이미 식당·카페 등에서 대부분 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있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가 코로나19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모든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점도 자율화 논의에 불씨가 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SNS에 “미국,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은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했다. 독일, 이탈리아, 호주 등 OECD 대부분 국가 역시 의료시설, 대중교통 등을 제외하고 전방위적 실내 착용 의무는 해제했다”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준비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적어도 (내년) 1월 말에는 ‘의무 해제 검토’가 아닌 ‘시행’을 전제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실내 마스크 해제 시 생기는 죽음, 누군가 책임져야” 

방역 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실내마스크를 지금 당장 벗는다면 감염이 늘 것이 뻔하고, 그만큼 중환자와 사망자도 늘기 마련”이라며 “당장 실내마스크(의무)를 해제했을 때 생기는 억울한 죽음과 고위험 계층의 고생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실내마스크 해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한 조건으로 동절기 추가 백신의 접종률 목표 달성(60세 이상 50%, 취약시설 거주자와 종사자의 60%)을 제시했다. 또 중증화율 하락과 사망자 수 감소, 치료제 처방률 상승, 날씨가 추워지면서 조성된 3밀(3密=밀접·밀집·밀폐) 환경의 해소 등을 들었다. 5일 0시 기준 60세 이상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22%다. 주간 일평균 위중증 환자는 459명, 사망자는 50명씩 발생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오늘 아침 시점에서 당장 실내 마스크를 해제해야 할 만한 특별한 변화가 없어 보인다”면서 “독감이 굉장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지금이 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어 “자문위에서 두 차례 깊이 있게 논의했으나 논란이 계속돼 당분간 추세를 보겠다는 정도로 정리했었다”면서 “질병관리청이 오는 15일과 26일 실내마스크를 포함한 방역 정책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여는데, 토론을 지켜보면서 실내마스크 해제에 관해 이야기(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 붙은 마스크 착용 안내문.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 붙은 마스크 착용 안내문. 연합뉴스

전문가들 “지자체 제재 방안 없을 것”…질병청 “협의 단계”

질병청은 이날 “현재 중대본 체계를 통해 논의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지자체) 제재 방안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대전시가 중대본의 조치계획을 따르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행 감염병예방법 제49조 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외에 시·도지사 등 자치단체장도 감염병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는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청은 지자체가 완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할 때는 중수본 사전협의 및 중대본 사전 보고 등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제15조의2 제6항)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이 자치단체장을 지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전시가 내년 1월부터 마스크 해제를 강행하더라도 당국이 직접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내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정환 변호사는 “마스크 착용 의무는 중앙 정부인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가이드라인(안내서)을 뿌려서 지자체가 고시 형태로 행정처분을 내린다”면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내린 행정처분을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중앙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마스크 관련 명령을 내림으로서 지자체를 통제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정부를 상대로 방역패스 소송을 진행했던 한 변호사는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다른 판단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방역패스 소송 당시에도 정부는 지침을 내릴 뿐이고 권한은 지자체에 있어서 중앙 정부는 소송 대상에서 빠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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