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지마""네가 먼저 이 XX라며"…욕설까지 오간 방송법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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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1일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멈춰섰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당초 이날 오후 2시 개최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하면서다.

이로써 당초 이 장관 해임안을 정기국회 회기(9일) 중 처리하려던 민주당 계획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해임안 보고를 마치더라도, 국회법상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해임안은 자동 폐기된다. 여야 합의 의사일정에 따르면, 2일 이후 잡혀있는 본회의는 8일이 유일하다. 박 원내대표가 이날 저녁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5일)까지는 해임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추가 소집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힌 이유다.

여야는 종일 신경전을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본회의를 열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요청했다”며 “만약 본회의가 열리면 가장 중요한 현안인 예산은 법정시한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일정은 정기국회가 시작하면서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합의했고 의장에게도 공지한 사항”이라며 “합의된 의사일정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은 거듭 “협의가 되어야 한다. 좀 더 기다려보겠다”며 거듭 합의를 요구했다. 이후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김 의장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국회사무처 의사국을 통해 ‘본회의 미개의’를 최종 통보했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 의장이 ‘중간에 이 장관이 사퇴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며 ‘합리적으로 기회를 줘서 타협하라’고 주문했다”고 본회의 무산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법정 예산처리 시한(12월 2일) 전날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사태는 피했으나, 여전히 정국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당은 여전히 “이번 정기국회 안에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의 문책을 매듭짓겠다”(박홍근 원내대표)고 공언하고 있고,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남은 정기국회 기간 성과를 내는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지도부 관계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국민이 주신 입법권을 이재명 대표 방탄으로 이용하고 있다”(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고 반박하는 등 양당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野, 방송법 속도전…여야, 안건조정위서 육두문자

민주당은 이날 상임위 곳곳에서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선 공영방송 사장 추천 구조를 바꾸는 4개의 방송 관련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법은 사장 추천에 직능단체와 시청자기구 등 친야(親野) 성향 인사들이 관여하도록 해 여권에선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법안을 상정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이 황제냐. 독재하는 건가”라며 고성을 질렀고, 정 위원장도 “어디에 대고 독재라고 이야기하나. 대통령한테나 똑바로 하라”고 맞받았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 진행 방식을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1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 진행 방식을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방송법 개정을 막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를 신청했으나, 단 2시간 만에 안조위의 벽(壁)은 무력화됐다. 민주당 의원 3명(조승래·윤영찬·정필모)과 국민의힘 2명(박성중·윤두현)에 이어 비교섭단체 몫(1명)으로 민주당 출신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임명되면서, 범야권이 의결정족수(6명 중 4명)를 채웠기 때문이다.

안조위에서도 여야는 거칠게 맞붙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이 방송법 제안할 자격이 있나. 2016년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정권 잡고 나니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고 주장하자,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논의는 없었는데, (법 개정) 의지는 분명히 있었다. 이젠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반박했다. 회의 중엔 “너야말로 욕하지 마. 이 XX라고?” “네가 먼저 이 XX라고 했잖아” 같은 육두문자까지 나왔다. 결국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은 안조위에서 방송법을 단독 의결했다.

국정조사도 개문발차…유족들 “조사 참여 보장”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여당의 참여 없이 일단 시동을 걸었다. 전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에 면담 요청을 해온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유가족 협의회)와 범야권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면서다. 우상호 특위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를 시작하며 “전체 국조특위 위원들께 참석 요청을 드렸지만, 참석 안 한 위원도 계시다”며 “적어도 유가족을 만나는 자리만큼은 정쟁과 무관하게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유가족 간담회에서 여권을 거듭 성토했다. 우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으면서 장관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정쟁이 더욱더 격화되는 이런 문제는 국회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김교흥 민주당 간사는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이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거기에 대해서 물러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을 동시에 쏟아냈다. 한 유가족은 간담회에서 “같이 죽고 싶지만 딸 아이가 있어 죽을 수도 없다”며 “아이의 유골이 책상에 그대로 있는데, 밤마다 끌어안고 자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은 이날 간담회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윤 대통령 사저를 잘 지어서 거기 집들이는 참석하시고 왜 우리는 외면하시나”라고도 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국조특위에 ▶국회 내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 ▶국정조사 기간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가의 참여 ▶국정조사 진행 경과 공유 등을 요구했다. 이에 김교흥 민주당 간사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 간사와 협의해서 최대한 유족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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