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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빈방문 마크롱 "IRA, 프랑스에 초공격적…우리 중산층도 일자리 필요"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시내 조지타운 워터프론트에 있는 고급 이탈리안 음식점 피오라메어를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시내 조지타운 워터프론트에 있는 고급 이탈리안 음식점 피오라메어를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의회 의사당을 먼저 찾았다. 그는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과 업무 오찬을 하면서 이들이 통과시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프랑스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IRA를 언급하며 미국 산업에 주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프랑스 기업인들에게 초(超) 공격적(super aggressive)”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존 케리 기후특사를 비롯해 여야 의원과 기업인 등이 참석해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대화하며 식사하는 자리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제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제품을 파는 시장이 되고 싶지는 않다"면서 프랑스에도 일자리가 필요한 중산층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르몽드 영문판이 전했다. IRA는 해외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세액 공제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보호주의 산업정책을 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IRA로 인해 당신들은 어쩌면 당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마크롱은 프랑스와 미국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개혁해 자국의 분담금이 기후변화로 영향받는 나라에 보다 직접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법을 통과시킨 당사자인 의원들 앞에서 단호한 어조로 “IRA가 논의될 때 누구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내 입장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또 "좋은 친구로서 존중받고 싶었다"는 말도 했다. 이번 국빈 방문은 두 대통령의 "친밀한(warm) 관계"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한 백악관 설명이 무색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청정에너지 경제 발전은 유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IRA는) 유럽 기업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에너지 안보에도 혜택을 제공한다. 이건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2년 만에 첫 국빈 방문 대상으로 프랑스를 선택한 것은 미국의 가장 오랜 동맹이자 유럽과의 협력에서 핵심 국가이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가 물러난 뒤 프랑스의 중요성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미 공영방송 NPR이 전했다.

질 바이든 미국 퍼스트레이디와 브리짓 마크롱 프랑스 퍼스트레이디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시내 조지타운 워터프론트에 있는 고급 이탈리안 음식점 피오라메어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질 바이든 미국 퍼스트레이디와 브리짓 마크롱 프랑스 퍼스트레이디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시내 조지타운 워터프론트에 있는 고급 이탈리안 음식점 피오라메어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3박 4일 간 마크롱 대통령과 최소한 세 차례 식사한다. 1일 열리는 국빈 만찬은 300~400명이 참석하는 '블랙 타이' 행사로 성대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양국 간 통상 갈등 가능성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유럽의 또 다른 불만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중단 후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양측은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에 대한 접근에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양국은 의견이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으면서 중국과 경쟁은 필요하지만 대립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제3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에 중국에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고 요청한 것과 결이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이날 저녁 조지타운 워터프론트에 있는 고급 이탈리안 음식점 피오라메어에서 만찬을 했다. 네 사람이 웃으며 음식점을 떠나는 장면이 공개됐다.

1일에는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성대한 국빈 만찬을 준비했다. 메인주 랍스터와 스테이크를 주요리로 하는 3코스 메뉴와 장식 등은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주도했다. 행사장은 미국과 프랑스 우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모티브로 한 양초 장식으로 꾸며졌고, 양국 국기의 공통 색상인 빨강, 파랑, 흰색을 활용한 디저트 등이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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