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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번에 10만원' 19억 치료기…사적 이용 前 성남시의료원장 송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의 모습. 뉴스1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의 모습. 뉴스1

 경찰이 고가의 고압산소치료기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중의(59) 전 경기 성남시의료원 원장을 검찰에 넘겼다. 성남수정경찰서는 생명윤리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로 이 전 원장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유전자 검사기관인 A사도 검찰에 넘겼다.

치료기 제작 업체에 부탁해 유전자 검사

 이 전 원장은 지난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성남시의료원에 고압산소치료기의 효과를 확인하겠다면서 4차례에 걸쳐 A사를 통해 유전자 검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유전자 검사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경우가 아니면 의료기관만 의뢰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노화 방지 실험’ 등의 명목으로 고압산소치료기를 이용한 뒤 치료기 제작 업체인 B사에 “치료기 효과를 확인하고 싶으니, 유전자 검사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원장의 요청에 따라 B사는 A사에 유전자 검사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원장은 유전자 검사비 80만원(1회당 20만원)을 B사에 대신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경찰은 B사가 이 전 원장의 유전자 검사비를 대납하기로 약속한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성남시의료원 감사팀에 통보했다.

고압산소치료기는 기계 내부에 대기압보다 2배 이상 높은 기압을 만들어 환자에게 고농도 산소를 들이마시게 하는 의료기기다. 주로 일산화탄소 중독환자나 잠수병·고산병 등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쓴다. 최근엔 중추신경계 손상 재활이나 통증 완화, 스포츠 의학 등에도 활용한다고 한다. 성남시의료원은 국비와 시비 19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올해 초부터 고압산소치료를 시작했다. 1회 사용 비용은 10만원이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이 전 원장은 그동안 실험 등 개인적인 이유로 60차례에 걸쳐 고압산소치료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그는 “해당 치료기를 사용한 것은 맞지만, 고압산소치료가 노화를 늦춰준다는 연구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성남지역 시민단체인 공공의료 성남시민 행동은 지난 6월 직권남용·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등 6개 혐의로 이 전 원장을 고발했고, 경찰은 지난 8월 성남시의료원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이 전 원장에게 제기된 혐의 중 생명윤리법 위반만 적용하고, 직권남용과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이 전 원장, 4월 연임 성공했으나 10월 자진 사임

 2020년 7월 개원한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첫 주민 조례 발의로 설립된 공공병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추진했다. 2013년~2019년 모두 1691억원이 투입돼 수정구 옛 시청 터 2만 4711㎡에 전체면적 8만5684㎡,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로 지어졌다. 509병상을 갖춰 23개 과를 운영 중이다. 이 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은수미 전 시장이 임명한 인사다. 지난 4월 은 전 시장이 재선임하면서 ‘알박기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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