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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망 암울한데…외국인은 왜 삼성전자 사들일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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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에 차갑게 등을 돌렸던 외국인이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10월과 11월 두 달간 외국인 투자자가 2조원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담았다. 싼값에 사두자는 움직임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30일까지 두 달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7조393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2조2451억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셀 반도체’는 거셌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9월까지 월별 기준 1·7·8월을 제외하고 내내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0조211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하지만 10월과 11월에는 각각 1조5059억원, 739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쓸어담기에 나선 건 뜻밖이다.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8조35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78%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6조5000억원으로 올해 50조원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18% 하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도 9만원에서 8만원으로 낮췄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4년이 돼야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보이고, D램 가격은 2001년, 2007년 때와 비슷하게 3~4분기 연속 20% 수준으로 하락해 전년 대비 6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항의 시위 확산도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애플의 제조 중심지인 정저우 공장의 혼란으로 인해 올해 아이폰 프로의 생산량 감소가 6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업체 폭스콘이 운영하는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로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 맥스 대부분을 생산한다. 아이폰의 생산량이 줄면 아이폰에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매출도 타격을 입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하는 이유는 주가가 낮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0일 삼성전자 주가는 6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월 최고점(9만1000원)보다 31.6% 하락한 가격이다. 이 기간 원화가치가 달러당 1097.3원에서 1318.8원 밀린 것을 고려하면 달러로 따진 삼성전자 주가는 43.1% 하락한 셈이다.

경기 상황을 앞서 반영하는 반도체 주식의 특성상 내년 하반기부터 D램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업황은 올해와 내년의 공급 제한 효과가 2024년부터 나타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반등해 2024년 이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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