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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물 열광 이유? 누구나 계급사회 정점 선망하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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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1987년으로 회귀해 순양그룹 막내 손자 진도준 역을 맡은 배우 송중기. [사진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1987년으로 회귀해 순양그룹 막내 손자 진도준 역을 맡은 배우 송중기. [사진 JTBC]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상승세가 무섭다. 1회 6.1%(닐슨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6회 14.9%로 솟구쳤고,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화제성 조사에서도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진도준으로 회귀하기 전 순양그룹 미래자산관리팀장 윤현우로 일하는 모습. 순양가의 ‘머슴’으로 궂은일을 도맡아 했지만 음모와 배신에 휘말려 죽임을 당한다. [사진 JTBC]

진도준으로 회귀하기 전 순양그룹 미래자산관리팀장 윤현우로 일하는 모습. 순양가의 ‘머슴’으로 궂은일을 도맡아 했지만 음모와 배신에 휘말려 죽임을 당한다. [사진 JTBC]

산경 작가의 원작 웹소설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7~2018년 문피아에서 326화를 연재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일간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는데 11월 18일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에서 다시 주간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산경 작가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어 주변 지인들도 내가 산경인 것을 모른다. 그냥 직장인으로 나를 아는 게 편하다”며 사진 촬영을 원치 않았다. 50대 남성 작가인 그는 드라마 방영 이후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어떻게 웹소설을 쓰게 됐나.
“어느 날 무협 영화를 보고 무협 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한 20년은 안 읽은 것 같은데 도서 대여점은 사라지고 문피아라는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고 하더라. 기업물을 봤는데 내가 쓰면 더 잘 쓰겠는데 싶었다.”
회사 생활은 얼마나 했나.
“25년 정도 했다. ‘비따비’(2014~2015)는 상사 재직 시절 에피소드를 다 때려 넣었다. 첫 작품이 호응을 얻으니 정말 재능이 있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씨디어스란 필명을 산경으로 바꾸고, 클래식에 관한 ‘신의 노래’(2015~2016)를 썼는데 먹혔다. 첫 필명은 ‘스타워즈’에서 따왔고, 산경(山景)은 그 당시 작업하던 카페에서 남한산성이 보여서 정했다.”
전업 작가를 결심한 이유는.
“매일 엑셀로 일일 업무보고를 해서 숫자에 민감한 편이다. 부업 작가를 시작한 이후 일일 매출을 엑셀로 정리했는데 2년간 추이를 보니 매출을 합산하면 당시 연봉이 넘겠더라.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나 싶었다.”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 역을 맡은 이성민. 후계자 자리를 두고 끊임없이 경쟁을 시킨다.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 역을 맡은 이성민. 후계자 자리를 두고 끊임없이 경쟁을 시킨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어떻게 구상했나.
“전업 작가로 시작한 검사물 ‘네 법대로 해라’(2016~2017)가 생각보다 잘 안 됐다. 더 제대로 된 권력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현대사회는 기업이 권력의 중심에 있지 않나. 언론에서도 재벌가 후계다툼을 ‘왕자의 난’이라고 쓰기도 하고. ‘머슴’이 ‘집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희생양이 됐는데 재벌가 막내 ‘왕자’로 태어나 복수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취재를 상당히 많이 한 것 같은데.
“나는 50대 중반이다. 87년 민주화 시절 대학생이었고, IMF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시대의 흐름을 온몸으로 겪었기 때문에 디테일한 취재는 하지 않았다. 베를린 장벽 붕괴나 자율주행 자동차 탄생 등 실제 발생한 사건을 토대로 어떻게 시작됐는지 자료 조사를 했다.”
순양그룹을 보고 삼성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순양은 전자, 대현(드라마에서는 대양)은 자동차가 주력이니 삼성과 현대를 모델로 한 건 맞다. 영화 ‘올 더 머니’로도 만들어진 미국 석유사업가 폴 게티 손자 유괴 사건도 진양철 회장 캐릭터를 만드는 데 영감을 줬다. 영화에서 유괴범이 1700만 달러를 부르는데 세금 공제 한도 금액인 200만 달러를 주겠다고 하는 게 인상적이더라.”
직장생활이 도움된 부분을 소개한다면.
“그때 만난 수많은 사람이 작품에 녹아있다. 굉장히 존경하던 부장님이 있었다. 중동 바이어와 네고가 진척이 없어 전화했더니 장사는 서로 욕심 채워주는 것이라며 양보할 건 적당히 양보하라고 하더라. 가장 좋은 딜은 양쪽 다 손해 봤다고 느껴야 한다고. 많이 배웠다.”
지난달 종이책 1~5권으로 출간된 산경 작가의 『재벌집 막내아들』 표지. [사진 테라코타]

지난달 종이책 1~5권으로 출간된 산경 작가의 『재벌집 막내아들』 표지. [사진 테라코타]

드라마는 어떻게 봤나.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아무래도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게 되는데 복잡해서 빼버린 윤현우의 과거를 살린 점이 인상 깊었다. 소설에서는 윤현우를 죽인 사람이 금세 밝혀지는데 드라마는 여러 후보를 던져놓고 미스터리로 풀어나가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른 작품 판권도 팔렸다던데.
“‘비따비’가 가장 먼저 팔렸는데 제작 기한 5년이 지나서 무산됐다. 올 초에 ‘신입사원 강 회장’(2021)이 팔렸고, 최근 ‘네 법대로 해라’도 팔렸다. 배경 묘사가 거의 없고 대화로만 이뤄지다 보니 창작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많은가보다 생각했다.”
사람들이 왜 재벌물에 열광할까.
“사람뿐 아니라 영장류 자체가 계급사회다. 본능적으로 모든 걸 급을 나눠 구분한다. 비행기도 퍼스트·비즈니스·이코노미로 나뉘지 않나. 그 계급을 없애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올라타고 싶어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악역일 수도 있는 진양철 캐릭터가 사랑받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역시 정점에 있는 지배자를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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