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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분간 살아 버튼 눌렀는데...이태원 그날 '119 신고' 2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참사 당일 119에 구조를 요청했던 신고자 중 2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119상황실에 전화를 건 시각은 각각 오후 10시 42분, 오후 11시 1분이었다. 사고 발생 추정시간(오후 10시 15분)으로부터 50분 가량 살아있었다는 의미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특수본)는 소방의 사고 초반 구조 활동 부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소방의 구조활동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42분·오후 11시 1분…골든타임 내 신고자 사망했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특수본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10시 15분 최초의 신고전화 이후 다음날 0시 56분까지 무응답을 제외하고 87건의 119신고 구조요청이 접수됐다. 특수본은 두 사람이 10시 42분과 오후 11시 1분 신고자가 119 상황실과 연결됐음에도 소방관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다 결국 사망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87건의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오후 11시 1분 신고에서는 접수자가 “119입니다”라고 했지만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만 들렸다. 신고자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못했다. 오후 10시 42분 신고는 무응답으로 처리돼 소방청이 제출한 녹취록에 기록조차 되지 못했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112 신고자 중에서는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소방청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사고 당일 119 신고자 중 사망자·부상자 현황을 따로 파악하지 않았었다.

 앞서 사고 발생 후 오후 11시까지 45분을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던 특수본은 신고자의 사망 사실을 공개하며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의 구조 활동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후 10시 15분 이후에 계속적으로 사망자를 줄이거나 부상자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고)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 이뤄졌는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의 구조 활동에 적시에 이뤄졌다면 적어도 사고 발생 후 46분이 지날 때까지 살아있던 신고자를 구했을 수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수본은 사고 당일 이 서장에 앞서 현장을 지휘했던 이모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이 오후 11시에 남긴 “잠시 뒤에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무전 기록 또한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 최 서장은 오후 11시 5분에 지휘권을 선언해 현장을 지휘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들은 심정지 후 4~5분을 골든타임으로 판단, 사고가 발생 시간을 기준으로 최대 15분가량을 골든타임으로 간주해왔다. 이 때문에 골든타임 내 희생자 구조가 어려웠다는 취지로 줄곧 특수본에 진술했다.

 희생자를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은 향후 소방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특수본의 설명처럼 재판에서 법원이 최대 오후 11시까지 골든타임을 인정할 경우 골든타임 내 구조하지 못한 희생자의 수가 늘어나 소방의 구조 실패 책임이 더 무거워진다. 반면 골든타임이 짧게 인정될 경우 구조 가능 시간이 줄어들어 소방의 구조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논리에 힘이 실리게 된다.

 특수본은 또 소방청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앙통제단)을 실제 운영하지 않고도 운영한 것처럼 운영계획서를 포함한 관련 문서를 사후에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특수본은 이날 소방청 관련 참고인들을 소환 조사하며중앙통제단 실제 운영 여부와 보고 문건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갔다.

특수본, “심각성 인지 가능”…이임재 전 서장 주장 반박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전날 공개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참사 당일 “가용 경력을 전부 보내라”(오후 10시 36분)는 무전 지시에 대해서는 “무전 내용만 봤을 때는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전날 경찰청이 국회에 열람·공개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망 무선통신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사고 당일 오후 10시 36분에 “조금 전 이태원 직원 동원사항 가용경력, 형사1팀부터 해서 여타 교통경찰관까지 전부 보내세요”라고 지시했다. 이 전 서장이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략적인 위급 상황을 파악한 것이 오후 11시쯤”이라고 답한 것과는 배치되는 지시 내용이다. 특수본은 무전 기록뿐만 아니라 이 전 서장이 무전 지시 전 오후 10시 32분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송모 경정과 통화한 내용,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전 서장이 사고 현장의 심각성을 충분히 파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수본은 주요 피의자 추가 소환조사와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이번 주 중 신병 처리 대상을 선별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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