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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읽기] 시진핑 시대 알려면 마오 시대 공부하라

중앙일보

입력

중국 베이징 도심 퇀제후(團結湖) 공소사 외벽에 문화대혁명 시절 분위기의 그림과 ‘공소사(供銷社·공급판매사)’ 이름이 걸려있다. 신경진 특파원

중국 베이징 도심 퇀제후(團結湖) 공소사 외벽에 문화대혁명 시절 분위기의 그림과 ‘공소사(供銷社·공급판매사)’ 이름이 걸려있다. 신경진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집권 3기의 중국은 어디로 가나. 지난 10월 말 20차 당 대회 폐막 이후 세계가 중국의 행보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 지긋지긋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과연 언제쯤 집어 던질까,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어떤 조치를 내놓을까, 과연 대만을 상대로 무력시위에 나설까 등이 주요 관심사다. 한데 정작 중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건 꽤 낯선 말인 ‘공소사(供銷社)의 부활’이다. 생소한 용어인 공소사가 도대체 뭔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공급판매사’에 해당한다. 50대 이상 중국인에겐 너무나 익숙한 말이라고 하는데, 수교 이후 본격적으로 중국을 접한 우리에겐 낯설기 그지없다. 무슨 뜻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1994년 출판된 『쉽게 찾는 중국 경제용어』를 들춰보니 ‘공소합작사(供銷合作社)’는 ‘농촌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도시에 내다 파는 집체(集體) 소유 형태의 상업조직’이라고 적혀 있다.
건국한 지얼마 안 된 1950년 7월 국가 차원의 공소합작사가 처음으로 설립됐다. 4년 후엔 정식으로 ‘중화전국공소합작총사(中華全國供銷合作總社)’라는 이름을 갖게 됐으며, 국무원의 주관 아래 전국적인 판매 조직을 갖췄다. 중국 농민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공소사에 가서 팔고, 또 필요한 생필품을 공소사에 가서 사며, 돈을 빌리는 등의 신용 문제도 공소사에 가서 해결했다. 농촌의 생산과 유통, 신용을 한데 묶은 삼위일체 역할을 한 곳이 공소사다.
자연히 농민은 공소사와 떨어진 삶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반대로 중국 당국은 공소사를 통해 중국 농촌의 민생을 장악할 수 있었다. 공소사는 중국의 대표적인 계획경제의 산물로 통한다.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 추진 이래 공소사는 계획경제의 퇴출과 함께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완전히 소실되지는 않은 채 명맥을 유지하다가 시진핑 집권 시대 들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부활의 몸짓은 이미 시진핑 집권 1기 중반인 201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중국 당국은 중국의 현대농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공소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층 농민을 도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매하고 또 판로를 확보하며 동시에 광대 농민의 신용대출 수요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장년층과 노년층이 공소사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은 씁쓸하고 아픈 것이다. 공소사 하면 크게 두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첫 번째는 물자 결핍이다. 농민의 생필품을 공소사에서 사야 하는데 언제나 부족함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엔 무엇을 사려면 표(票)가 있어야 했다. 곡식을 사려면 양표(糧票)가 있어야 했고, 기름을 사려면 유표(油票), 또 고기를 사려면 육표(肉票)가 필요했다. 문제는 표가 있다고 해서 꼭 필요한 걸 살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에 있다. 이는 두 번째 아픈 추억인 부패와 연결된다. 육표를 갖고 고기를 사러 가지만 점원으로부터 없다는 말을 듣기 일쑤다. 정말 고기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있으면서도 팔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흔히 당 간부에게 뇌물을 주기 위해서, 또는 꽌시(關係)로 통하는 지인(知人)에게 팔기 위해서 제대로 팔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런 ‘결핍과 부패’, 그리고 계획경제의 대명사와도 같은 공소사가 시진핑 시대를 맞아 부활하는 것이다. 공소사는 2018년 1만여 개에서 2019년엔 무려 3만 2000개로 급증하며 지금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농촌을 다 커버할 수준이 됐다고 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6조 2600억위안(약 1179조원)으로 전년 대비 18.9%나 증가하는 등 호조세다. 20차 당 대회에선 공소사 총책임자인 량후이링(梁惠玲, 60)이 역대 책임자 중에선 처음으로 중앙위원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량후이링은 시진핑 주석이 이제까지 모두 10차례나 공소사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도 공개해 공소사에 대한 시 주석의 지대한 관심을 세상에 알렸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왜 공소사 부활에 열을 올리는 걸까. 개혁개방 노선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시 주석이 계획경제 시대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포석을 까는 것일까? 이에 대한 반론으로는 계획경제로 돌아가자면 국가계획위원회부터 회복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공소사 부활을 계획경제 복귀로 등치 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보다는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전제 하에서 농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보다 설득력을 얻는다.
공소사의 역할과 관련해선 흔히 정부가 농산품의 계획수매와 계획판매를 통해 농민을 통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농촌 장악 수법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금 마오의 그런 옛길(老路)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마오 시대의 일을 다시 알아야 할 필요가 커졌다. 시 주석의 뇌리엔 청년기에 심어진 마오쩌둥 사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집권기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마오쩌둥부터 공부해야 한다. 공소사 카드를 꺼낸 시 주석의 노림수와 관련해선 다음 주 ‘유상철의 중국읽기’를 통해 보다 상세한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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