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주요 국정 과제인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일 양국은 윤 대통령이 올해 안 먼저 일본을 찾아 정상회담을 열고, 내년 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답방 형태로 한국에 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유엔총회와 지난 13일(현지시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른 시일 내 셔틀외교 재개"
윤덕민 주일대사는 지난 26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생각한 것보다 이른 시일 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정세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연내에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고도화·일상화한 한반도 안보 상황은 한·미·일 3국 공조는 물론 한·일 협력을 추동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상호 방문한 건 2011년 말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셔틀외교는 사실상 중단됐고, 한·일 정상은 주로 상대국 방문이 아닌 다자회의를 활용해 정상회담 일정을 잡아 왔다.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탓에 한·일 정상은 다자회의에서조차 별도의 회담을 갖지 않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윤 대통령이 셔틀외교 복원을 추진하며 먼저 방일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신뢰를 끌어올리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강제징용 해법 도출 과정에서 피해자와 관련 시민단체 등 국내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일본 기업의 기금 출연과 사죄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병존적 채무인수 등 한국 측이 제안한 해법의 방식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일본 기업의 기금 출연이나 사죄를 강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안부 합의'로 커진 日 불신
일본의 이 같은 태도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모든 배상이 종결된 만큼 추가 배상에 나설 수 없다는 취지 때문에 나왔다. 동시에 한·일 양국이 합의해 해법을 마련한다 해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형태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역시 일본이 소극적 협상에 임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15년 당시 외무상으로 위안부 합의를 도출했던 기시다 총리로선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문재인 정부의 조치로 불신이 커졌다고 한다.
이에 일본 측은 그간 국장-차관-장관 등 각급에서 한국과 강제징용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해법의 최종성과 불가역성을 요구해 왔다. 어떤 내용으로든 합의에 이르게 되면 정권교체 등의 변수와 관계없이 이를 돌이킬 수 없는 최종적인 해결책으로 수용해달라는 의미였다. 결국 강제징용 해법 도출의 마지막 퍼즐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상호 신뢰인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문재인 정부 당시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에 이르는 상황을 지켜보며 국가 간 합의를 대하는 한국 측 태도 자체에 불신이 쌓인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은 일본의 불신을 해소하고 협상에 대한 신뢰를 재고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일본을 방문해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직접 드러내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