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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 도림천서 '별보며 멍때리기'...덕분에 신원시장 살아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별빛내린천(도림천)에 마련된 '관악 별빛산책' 코스. 조명은 오후 6시~11시까지 켜진다. 사진 관악상권르네상스사업 추진단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별빛내린천(도림천)에 마련된 '관악 별빛산책' 코스. 조명은 오후 6시~11시까지 켜진다. 사진 관악상권르네상스사업 추진단

“애들은 평소 잘 안 오던 곳인데, 요즘은 별빛산책 구경 왔다가 시장 들러서 밥 먹고 갑니다.”
지난 8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 앞. 이성재 상인회장이 주변보다 환한 별빛내린천(도림천)을 내려다보며 한 말이다. 천 위론 열기구, 별 모양 등 이색 조명 수십 개가 떠 있었다. 둔치 잔디밭 사이사이도 조명으로 은은하다. 이곳을 찾은 시민은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깅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한동안 ‘불멍(멍하게 조명을 쳐다보는 것)’을 하거나 둥근 달 모양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가족도 여럿이었다.

별빛산책 행사 30일까지 진행

이색 조명은 ‘관악 별빛산책’ 행사(10월 26일~11월 30일)를 위해 설치했다. 10·29 참사 애도기간 땐 불을 껐다. 애도기간 후 별빛산책은 조심스레 재개됐고 주변 상권은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별빛내린천은 도림천의 새 이름이다. 관악구 출신 대표적 위인인 강감찬 장군이 태어날 당시 낙성대에 큰 별이 떨어졌다는 탄생 설화에서 본떴다.

관악구는 현재 정부 지원을 받아 별빛내린천 일대 골목 상권에 총 80억을 투입하는 ‘별빛 신사리 상권 르네상스’를 추진 중이다. ‘별빛산책’ 행사도 상권 활성화 사업 일환이다.

시민들이 조명이 켜진 별빛내린천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관악상권르네상스사업 추진단

시민들이 조명이 켜진 별빛내린천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관악상권르네상스사업 추진단

관악구 막걸리 나온다 

상권 활성화 사업은 다양하다. 관악구는 관악상권르네상스사업 추진단에 의뢰해 매년 100곳 점포를 선정, 1대 1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경쟁력을 키워주려 특화상품·배달음식 개발도 돕는 중이다. 예를 들어 신원시장은 ‘전이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명절 때면 전집에 ‘불’이 난다. 이런 전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막걸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가칭 관악 막걸리는 내년 2월 출시가 목표다. 고유의 레시피를 막바지 개발 중이다. 상품은 미리 계약한 양조장에서 생산한다. 성공적으로 내보내면 상인들이 막걸리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막걸리 외 신원시장 맞은 편 ‘순대타운’의 순대볶음도 주력 상품 중 하나다.

배달 늘자 간편 음식으로 승부

배달 음식 개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배달 시장에 발맞춰 뛰어들게 됐다. 쉽게 배달할 수 있는 피자부터 핸드드립 커피, 유명 김치찌개 등 음식으로 승부를 냈다. 또 상권 근처에 당일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멀티스페이스’도 설치했다. 장을 보고 집까지 물건을 가져가기 어려운 주민들은 여기에 맡겨 두면 된다. 그러면 하루 안에 추진단과 용역 계약을 맺은 관악자활센터 직원들이 고객의 집까지 물건을 배달해준다.

2050점포 육성도 빼놓을 수 없다. 2050세대를 아우르면서 2050년까지 지속하는 상점을 키우는 게 목표다. 현재 10곳이 선정됐다.

이 상인회장은 “(상권 르네상스)사업이 3년 차에 접어들었다”며 “그동안 컨설팅 등 사업에 참여했던 곳들이 점점 장사가 잘되니 처음엔 관심 없던 다른 가게들도 귀를 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리는 상인·상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관악 르네상스 사업이 추진되는 골목상권. 관악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5년간 이 일대 총 8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 관악구

관악 르네상스 사업이 추진되는 골목상권. 관악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5년간 이 일대 총 8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 관악구

당근마켓과 손잡기도 

이외에도 관악구는 지역 기반 온라인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통해 상점을 홍보하거나 거리 전광판을 설치해 동네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상권의 현대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순대타운쪽 ‘별빛 신사리’의 오래된 게이트는 철거하고 새 표지판을 세웠다. 담배꽁초와 전단지로 지저분했던 보행로도 말끔히 치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성영준 쉐프로부터 레시피 개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서울 관악구 한 카페 점주. 관악 르네상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관악상권르네상스사업 추진단

지난해 12월 성영준 쉐프로부터 레시피 개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서울 관악구 한 카페 점주. 관악 르네상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관악상권르네상스사업 추진단

코로나19 기간 상권 매출액 10%↑

그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 상점별 평균 매출은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증가했다. 추진단에 따르면 지난해 별빛 신사리 골목상권 유동인구는 2019년 대비 22% 줄었지만, 평균 매출액은 10% 상승했다. 추진단은 상인회 중심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로 서비스가 다양해지며 고객들의 소비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골목에 서 있던 오래된 게이트를 없애고 대신 세운 '관악 볓빛 신사리' 표지판. 이수민 기자

골목에 서 있던 오래된 게이트를 없애고 대신 세운 '관악 볓빛 신사리' 표지판. 이수민 기자

상권 자생기반 마련은 숙제 

당초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계획했던 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이제 막 절반을 넘었다.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지금은 상권 특화상품 개발을 먹거리 위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생활 필수재나 문화·관광 상품까지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무엇보다 르네상스 사업이 마무리된 뒤 골목 상권이 자생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관악구 관계자는 “매해 평가를 통해 사업별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앞으로 르네상스 사업은 효과가 좋았던 사업 위주로 추진하되 4년 차 계획안엔 ‘상권 자립 방안’도 담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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