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월 FOMC 의사록 "긴축 속도는 조절, 금리 종착점은 불확실"

중앙일보

입력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수퍼 긴축'을 펼쳐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 대부분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과반이 넘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여겼다.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의 누적된 효과가 경제와 물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다. 통화 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씩 올리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거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Fed는 지난달까지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강력한 긴축 정책을 이어왔다. Fed는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3.7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75~4.0%다.

그럼에도 섣부른 속도 조절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일부 위원은 인상 속도를 늦추기 전 인플레 압력의 구체적 징후가 나타나기 전까지 기다리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월 FOMC 회의 직전에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8.2% 상승했다. 11월 FOMC 이후 나온 10월 CPI 상승률은 7.7%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약간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다음 달 FOMC에서는 물가를 둘러싼 치열한 격론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 달 13일(현지시간) 미국의 11월 CPI 상승률 수치가 발표된 뒤 FOMC가 열리는 만큼 Fed의 판단을 뒷받침할 근거가 더 풍부해질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긴축 속도 조절 혹은 감속론에도 Fed가 다다를 종착점인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선 대다수 위원이 기존 전망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지속적인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고려했을 때 제롬 파월 의장이 강조한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높고 길게(Slower but Higher & Longer)' 가야 한다는 취지다.

Fed는 지난 9월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내년 말 최종 금리 전망치로 연 4.6%를 제시했지만, 다음 달 발표하는 새 점도표에서는 전망치가 5% 수준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Fed는 내년도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Fed 경제분석팀은 FOM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실질 가계지출의 성장 부진과 글로벌 전망 악화, 긴축적인 금융 여건 등의 이유로 내년에 미국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거의 50%로 예상했다.

Fed는 “물가상승률의 지속적 완화를 위해 추정했던 것보다 더 큰 금융 긴축이 필요하다는 점도 추가 하방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FOMC 의사록에 경기 침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Fed가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12월 FOMC 기준금리 인상 확률

12월 FOMC 기준금리 인상 확률

경기 침체 우려에도 시장은 Fed가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빅스텝)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빅스텝을 밟을 확률은 75.8%로, 한 달 전 확률(51.8%)보다 24.0%포인트 올랐다. 변수는 11월 CPI 상승률과 연말까지 추가로 발표되는 개인소비지출(PCE) 및 고용, 주거 관련 지표 등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물가 둔화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데 Fed 위원 전원이 동의했지만, 추가 긴축을 통한 물가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과 (통화) 정책 시차에 따른 긴축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입장이 양립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지와 그 수준에 대한 공감대가 (내년) 최종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6차례 연속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3.25%가 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 이후의 기준금리 결정은 12월 FOMC 회의 등 Fed의 정책 결정과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물가 및 성장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며 판단하겠다”며 “12월 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 충격이 있을 것이고,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