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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의 역설…한국 순대외자산은 늘었다, 1060조 역대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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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코스피, 0.53% 상승 마감...2,410대 후반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코스피가 상승해 2,410대 후반에서 거래를 마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74포인트(0.53%) 오른 2,418.01로 장을 종료했다. 2022.11.23   pdj663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코스피, 0.53% 상승 마감...2,410대 후반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코스피가 상승해 2,410대 후반에서 거래를 마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74포인트(0.53%) 오른 2,418.01로 장을 종료했다. 2022.11.23 pdj663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수퍼달러(달러강세)에 올해 3분기 한국의 대외 지급능력을 의미하는 순대외금융자산이 7860억 달러(약 1060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난 건 세계 주요국 중 유독 눈에 띄는 통화가치 하락 때문이었다. 이른바 ‘강달러의 역설’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7860억 달러로 6월 말 대비 419억 달러 증가했다.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는 역대 최대다. 대외금융자산을 팔면 달러를 들여올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외화방파제가 그만큼 두터워졌다는 의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순대외금융자산 창고가 두둑해진 것은 대외금융자산(내국인의 해외 투자)보다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 감소 폭이 더 컸던 영향이 크다. 9월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은 2조829억 달러로 6월 말보다 406억 달러 줄었다. 같은 기간 대외금융부채(1조2969억 달러) 826억 달러 감소했다.

자산보다 부채 감소 폭이 더 컸던 건 한국의 통화가치(원화가치)와 주가 하락 폭이 세계 주요국 중에 큰 편이라서다. 지난 3분기에는 강달러에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원화가치 하락이 유독 가팔랐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하락 폭은 9.9%로, 유로화 (-6.5%), 중국 위안화(-5.9%), 일본 엔화(-6.2%) 등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주식시장도 비슷했다. 3분기 미국 나스닥 지수(-4.1%), 유럽 유로스톡스50(-4%) 등이 4%가량 하락할 때 한국 코스피는 7.6% 급락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제투자대조표는 자산과 부채 모두 달러로 환산해 평가한다. 대외금융자산 가운데 달러 자산의 비중은 60% 수준이다. 통화가치 변동 요인이 그만큼 적다. 반면 대외금융부채는 원화가치 하락과 주가 하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실제 대외금융부채 감소를 쪼개보면 가격 하락으로 인한 비거래요인으로 921억 달러가 줄었다.

3분기 외환 건전성도 소폭 개선됐다. 한국의 지난 9월 말 기준 대외채무는 6월 말보다 231억 달러 줄어든 6390억 달러로 나타났다. 대외채무 감소 폭으로는 세계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502억 달러) 이후 가장 컸다. 만기별로는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달러 빚인 단기외채(1709억 달러)는 6월 말 보다 129억 달러 줄었다. 단기외채 감소 폭은 2011년 3분기(-158억 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장기외채(4680억 달러)도 전 분기보다 101억 달러가 줄었다. 감소 폭으로 따지면 2016년 4분기(-138억 달러) 이후 가장 크다.

단기외채가 큰 폭으로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해외 투자 수요가 줄면서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들의 차입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은 3분기에는 114억 달러가 감소했다.

단기외채가 큰 폭으로 줄며 한국의 대외지급능력과 외화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단기외채 비율은 소폭 개선됐다. 준비자산(외화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1%로 전 분기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오름세를 이어오다 1년 만에 감소세로 바뀐 것이다. 대외채무 중 단기외채의 비중(26.8%)도 6월 말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팀장은 “최소한 외채 건전성 측면에서 3분기는 2분기에 비해 개선됐다”면서 “전반적인 신인도 측면에서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외채 비율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달러 공급이 과거보다 여의치 않아서다. 게다가 정부가 국민연금 등 공적 기관투자자들의 환 헤지를 확대하는 것도 단기외채를 늘릴 수 있다. 국민연금 등이 환 헤지를 위해 판 달러 선물환을 은행들이 소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달러를 차입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외채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면서도 “공적 기관투자자들의 환 헤지 비율 확대가 단기차입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내 외화 유동성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강달러로 무역에서는 손실을 봤지만, 달러 자산이 많아 자본에서 이득을 본  것”이라며 “다만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증가인 만큼 장기적으로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가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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