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많이 늘어난 감기약,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값이 인상된다. 환자가 늘 때마다 품귀 현상이 반복되자 정부가 제조사에 생산량 증대를 전제로 약값을 한시적으로 올려주기로 결정했다. 환자 부담은 100~200원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상한금액 인상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약값이 오르는 건 조제용 해열·진통·소염제인 아세트아미노펜 650㎎이다. 타이레놀 8시간 이알(ER) 서방정(한국얀센), 펜잘 이알 서방정(종근당) 등 총 18개 제약사 제품들이다.
복지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코로나19 환자의 증상 완화 및 백신 접종 후 발열 등에도 사용되며 코로나19 유행 기간 수요량이 많이 증가하는 등 수급이 불안정했다”라며 “생산량 확대를 조건으로 한시적으로 가산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에 대해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및 급여기준 고시를 개정해 내달 1일부터 내년 11월 30일까지 1년간 품목별로 현재 50~51원의 1정당 상한금액을 70~90원까지 올린다. 일부 제약사는 100원 이상 인상을 주장했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원가를 분석했는데 70원 정도로 나타났다”라며 “다른 제품 생산을 줄이는 손실을 고려해 가산 형태로 20원 정도 인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2월부터는 수급 불안이 가라앉을 것이란 전제로 상한 금액을 일괄 70원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도 소폭 오른다. 복지부에 따르면 1일 6정씩 3일 처방했을 때 본인 부담 30%를 적용하면 품목에 따라 103~211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약값을 올리는 대신 해당 기간 제약사들은 월평균 생산량을 기존보다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 생산량은 당초 4500만정가량에서 6760만정까지 늘어난다. 특히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는 코로나19와 독감 등의 동시 유행이 우려되는 만큼 집중관리기간으로 설정해 월평균 생산량을 기존보다 60% 많은 7200만정으로 확대한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정부는 이를 월별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복지부는“이번 결정으로 코로나19 및 독감 동시 유행 등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약국에 타이레놀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그간 코로나19 환자가 늘 때마다 약국가에선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품귀 현상이 심해져 처방이 나와도 조제가 어렵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약사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일반 약을 분해해 조제에 쓰기도 했다. 약사가 조제하는 조제용 약(전문의약품)은 한 알당 50~51원(650㎎ 기준)인데, 일반의약품은 원가가 3~4배 높다. 약값도 비쌀뿐더러 일일이 겉 포장 등을 까서 조제하는 과정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부가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약제로의 분산 처방을 유도하고 증산을 요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 가격은 51원인데, 일반의약품은 200원”이라며 “제약회사가 200원 의약품 대신 51원을 생산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3일 오후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이날 건정심에서는 재활의료기관 퇴원 뒤 재활이 필요한 환자에게 방문 치료를 제공하는 시범 사업을 시행하는 내용도 의결했다. 최대 3개월(90일)간 주 2회(60분) 재활의료기관 소속 치료사와 사회복지사 등이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로 수가를 주기로 한 것이다. 올해 12월부터는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영유아기 건강 및 발달관리를 위해 아동 맞춤형 심층 교육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