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의 기동성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사일 시설 가까이에서 발사했던 지난 3월과 달리 지난 18일에는 같은 시설에서 6㎞ 떨어진 곳에서 쏜 것으로 포착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ICBM의 이동 거리를 늘려 한ㆍ미의 미사일 발사 사전징후 탐지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양이 같은 가짜 미사일을 한꺼번에 이동시켜 진짜 미사일의 식별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이번에 화성-17형을 발사한 장소가 평양 순안공항 내 민간 활주로와 군사용 활주로를 잇는 도로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북한이 공개한 영상ㆍ사진과 상업용 위성사진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이는 북한이 지난 3월 24일 화성-17형을 쐈다며 공개한 사진 속 장소와 달랐다. 당시엔 순안공항 남쪽의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에서 1㎞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민간 공항 부지를 가로질러 당시 발사장소보다 4㎞ 정도 더 이동한 곳에서 미사일 발사가 포착됐다.
또 지난 3일 군 당국이 화성-17형으로 추정했던 ICBM 발사 장소도 이번 발사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나타났다. 당시 북한이 쏜 ICBM은 2단 추진체 분리 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한 것으로 탐지됐으나, 북한은 공개 보도를 통해 높은 고도에서 핵을 터뜨리는 전자기파(EMP) 공격 시험을 시사했다.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괴물 미사일’로 불릴 만큼 덩치가 크고 무거운 화성-17형을 상당한 거리까지 옮긴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7형 전용인 11축 22륜짜리 거대한 TEL의 신뢰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화성-17형의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 공항 내 여러 개 예비 진지(발사장소)를 두고 실제 ICBM을 발사할 때는 여러 대의 위장용 목업(mock-up) 미사일들을 동시에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위성 등 감시 체계로 미사일 시설에서 나오는 미사일 가운데 어떤 미사일이 진짜 미사일인지 식별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에 대해선 화성-17형 등 ICBM을 조립하고 점검하는 일종의 조립동으로 판단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평양 시내에서 멀지 않은 순안공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기 편하게 관련 시설을 집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김 위원장의 동선을 최대한 줄여 개발 과정에서 수시로 시찰하며 독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