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에너지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고갈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원인을 찾아 떠나는 모험의 끝에 인류는 무엇을 만나게 될까.
꿈과 환상의 대명사 디즈니가 이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이 함께하는 환상적인 가족 어드벤처에 버무려냈다. 23일 개봉하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지 월드’(각본 퀴 응우옌, 감독 돈 홀)는 ‘아발로니아’라는 가상의 나라가 수년째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온 식물 ‘판도’가 시들어가자, 판도를 처음 발견한 농부 서처 클레이드(제이크 질렌할)와 그의 가족이 문제의 뿌리를 찾아 땅속 깊이 모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영화다.
이들이 모험을 떠나는 지하세계는 물론 지상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인 만큼, 상상력으로 구현해낸 가상세계의 비주얼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이 미지의 세계를 그려내는 작업에 참여한 김상진·이현민 두 한국인 애니메이터는 22일 화상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디즈니 스타일과는 다르게 가보는 것에 중점을 둔 작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겨울왕국’ ‘빅 히어로’ ‘주토피아’ 등 다양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이들에게도 ‘스트레인지 월드’의 작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던 셈이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이전 작품들과 달리 사실감과는 거리가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며 “과장된 액션이나 만화적인 표현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해 생물들에 영감 받아 캐릭터 디자인”
영화는 옛날 미국 만화책 같은 디자인과 질감부터 각종 신비로운 생명체로 가득한 SF 영화적 비주얼까지, 다양한 색감과 애니메이션을 망라한다. 영화가 선보이는 가지각색의 생명체 디자인에 대해 김 애니메이터는 “존재하지 않는 크리처를 디자인할 때가 사실 제일 막막하고 어렵다”며 “바닷속 해저 생물을 비롯해 온갖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동시에 인간 캐릭터들과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도록 조합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특히 젤리 질감의 파란색 생명체 ‘퍼덕이’는 김 애니메이터가 창조해낸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다. 퍼덕이는 이목구비도, 명확한 상하 구분도 없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활약하며 사랑스러운 인상을 남긴다. 김 애니메이터는 “돈 홀 감독이 처음부터 눈코입이 없어서 팬터마임으로만 소통하는 캐릭터를 원했다. 비슷한 캐릭터인 ‘알라딘’의 마법 양탄자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양탄자에게는 네 귀퉁이에 달린 솔이 팔과 발 역할을 하는 것처럼 퍼덕이에게 몇 개의 팔을 줄 지, 두 발로 걷게 할 지, 네 발로 걷게 할 지 등을 디자인 단계부터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에 어떤 유산 물려줄 것인가 질문하는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는 세대 간 화해 뿐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등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도 그리며 포용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예컨대 서처 가족의 반려견 레전드는 한쪽 다리가 없지만, 항상 즐겁게 생활하고 누구도 그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아발로니아의 사람들도 여러 인종과 문화권이 섞여 있는 느낌으로 디자인됐다. 김 애니메이터는 “의상도 동서양 스타일을 모두 혼합했고, 시대적으로도 과거이면서 미래 같기도 한 느낌으로 모호하게 설정했다”며 “아발로니아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포용성 있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클레이드 가족이 마주하게 되는 아발로니아와 판도의 거대한 실체는 기후 위기 등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한 우리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김 애니메이터는 “이 영화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것을 유산으로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아주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영화”라며 “가족 간의 이해와 소통을 뭉클하게 보여주는 만큼 가족들이 다 같이 보러 오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애니메이터도 “판타지적인 모험 속에 소소한 가족 간 애정이 감동을 주는 영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