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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버팀목’ 수출 16.7% 급감, 올해 누적 무역적자 400억달러 육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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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두 달째 수출이 역성장할 위기에 놓이면서 무역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연간 무역적자가 400억 달러에 육박하는 한편, 8개월 연속 적자도 눈앞에 뒀다.

21일 관세청은 이러한 내용의 11월 1~20일 수출입 동향 자료를 발표했다. 이 기간 수출은 33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했다. 조업일수(지난해 16.5일→올해 15.5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11.3% 줄었다. 수입은 37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5.5% 감소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입보다 수출 감소 폭이 가파르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44억2000만 달러(약 6조원)로 잠정 집계됐다. 연간 누적 무역적자는 399억6800만 달러(약 54조3000억원)로 불어나면서 4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전까지 연간 적자 최대치를 찍었던 1996년(206억2400만 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월별 적자 행진도 여덟 달째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게 무역수지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이 5.7% 줄면서 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또다시 수출 감소가 유력해졌다. 월말까지 이 추세가 이어지면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감소하게 된다.

특히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4% 급감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수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승용차(28.6%), 석유제품(16.1%)만 체면치레했다. 선박(-71.4%), 무선통신기기(-20.6%), 철강제품(-18.8%) 등이 대부분 미끄럼을 탔다.

미국(11%)을 제외한 주요국 대상 수출액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對)중국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8.3% 떨어졌다.

반면에 에너지발(發) 수입 리스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체 수입액은 줄었다지만 원유(19.1%), 가스(21.2%), 석탄(2.2%)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은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출입 모두에서 경고등이 켜지면서 무역적자는 갈수록 커지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반도체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경기 회복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수출 반등이 당분간 쉽지 않아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은 괜찮다지만 무역적자가 더 늘면 경상수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강력한 긴축보다는 수출을 늘리면서 경기 경착륙도 막는 쪽으로 정책적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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