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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기후피해 보상' 극적 합의…“재원 마련 방안은 아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1.5도라고 쓴 손바닥을 보여주며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구 온도 1.5 도 상승 폭 억제를 주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1.5도라고 쓴 손바닥을 보여주며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구 온도 1.5 도 상승 폭 억제를 주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나라들이 기후 변화로 고통을 겪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 마련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개도국과 비정부기구(NGO)는 “수십년간의 싸움을 끝낸 역사적 합의”라며 환영했다. 단, 재원 마련 방안이나 보상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폐막일까지 늦춰가며 극적 합의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에서 COP27 의장인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총회 결정문을 낭독하자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에서 COP27 의장인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총회 결정문을 낭독하자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CNN 등에 따르면 COP27 의장인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기금 조성 등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이 당사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개막한 COP27은 원래 지난 18일 폐막할 예정이었지만, 당사국 간 견해차로 합의문 달성에 실패해 연장 협상을 벌여 20일 새벽에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이후 COP27 의장단이 최종 합의문 초안을 발표했고, 동시에 본회의를 소집해 초안을 통과시켰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손실과 피해 기금 문제였다. 이번 총회에서 정식 의제로 처음 채택된 손실과 피해 기금은 부유한 선진국이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개도국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피해보상 제도다. 아프리카·아시아 개도국과 카리브해·남태평양 섬나라들이 강력히 도입을 주장해왔으며,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선진국이 탄소배출이 미미한 개도국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기후변화 대책 주장한 개도국의 승리”

19일(현지시간) 제 27 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한 환경 운동가가 온도계를 입에 문 지구 모양 피켓을 들고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제 27 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한 환경 운동가가 온도계를 입에 문 지구 모양 피켓을 들고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하지만 선진국들은 피해 보상을 위해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며 기금을 조성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이날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WSJ은 ”지난 수년간 기후 변화 관련 대책을 주장한 개도국의 승리이자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주요 걸림돌을 제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도 “(기후 관련) NGO 단체 등도 이번 협상 결과를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험난했다. 기금 재원 마련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은 선진국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중국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개도국 역시 재원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기후변화로 전례 없는 피해를 본 파키스탄이 이번 합의를 끌어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파키스탄은 올해 134개 개발도상국으로 이뤄진 G77 의장국으로서 선진국과 협상을 주도했다.
올여름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500여 명이 숨지는 등 300억 달러(약 40조 29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보았으며, 수재민만 33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5%에 달했다.

여전히 소극적인 美 “기금지원, 의무 아냐”

아직 갈 길은 멀다. 기금 조성에는 동의했으나, 어떤 피해를 어느 시점부터 보상할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상금을 부담할지 등 기금 마련과 운용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다스굽타 세계자원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개발도상국은 기금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뚜렷한 보장 없이 이집트를 떠났다”고 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기금 지원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CNN 등과 인터뷰에서 “기금의 재원과 무엇을 할지에 초점을 맞춘 합의일뿐, (재원 마련에 대한) 법적 의무나 보상금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향후 기금 마련과 운용과 관련해 다음 COP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화석연료 사용 감축은 합의 실패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이 20 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COP27 폐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이 20 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COP27 폐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이번 총회에서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언급된 ‘지구 온도 상승 1.5℃ 제한’ 목표와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에서 합의한 ‘온실가스 저감장치가 미비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축소’를 유지하기로 했다.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 발전뿐만 아니라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당사국 전원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한 탄소 감축에 미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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