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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서 총 쏘고 돌아다니며 女 마구 팼다…이란 경찰 파문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확산하고 있는 이 영상에 따르면 테헤란의 한 지하철 역에 있는 이란 시민들이 총소리가 들리자 도망치다 넘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확산하고 있는 이 영상에 따르면 테헤란의 한 지하철 역에 있는 이란 시민들이 총소리가 들리자 도망치다 넘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경찰이 수도 테헤란의 한 지하철역에서 총기를 발포하고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들을 무차별하게 구타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AFP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선 이란 경찰이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발포하자 승객들이 출구를 향해 달아나다 서로에게 뒤엉켜 넘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지하철 밖에서 열차 창문 안쪽을 촬영한 또 다른 영상에서는 경찰이 열차 객실을 돌아다니며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경찰봉으로 구타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가디언은 이날 “이란의 지하철역과 열차는 시민에게 폭력을 가하고 여성을 감시하는 장소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이란 당국은 대중교통 시설에 설치된 카메라에 촬영된 여성을 대상으로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란 당국이 무력 진압 수위를 높이는 건 2개월 넘게 이어진 히잡 반정부 시위가 최근 들어 더 격렬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지난 9월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지난 15일부터 진행된 ‘피의 11월’ 3주년 추모 시위와 맞물려 확대되는 분위기다. 피의 11월은 지난 2019년 휘발유 가격 인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다 유혈 진압 속에 수백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체포된 사건을 말한다.

두 명의 이란 여성이 지난 14일 이란 테헤란에서 의무인 히잡을 쓰지 않고 걷고 있다. 이는 시위의 일환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두 명의 이란 여성이 지난 14일 이란 테헤란에서 의무인 히잡을 쓰지 않고 걷고 있다. 이는 시위의 일환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1500tasvir)는 15일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시위대 수십 명이 모닥불을 주위를 돌면서 “우리는 싸울 것이다! 우리는 죽을 것이다! 우리는 이란을 되찾을 것이다!”라고 외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한 역 승강장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미네이는 타도될 것”이라고 외치며 히잡을 불태우는 시위자들의 영상도 SNS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AFP는 “15∼16일 이틀간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벌어진 충돌로 이란 전역에서 최소 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16일 남서부 후제스탄에 거주하는 이란 내 아랍 소수민족도 시위에 동참하다 사망했다. 이란 국영TV에 따르면 시위 중에 어린이 1명과 여성 1명, 남성 3명 등 총 5명이 숨졌다. 이란 보안관 2명도 시위대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국영 IRNA 통신이 전했다.

한편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은 이란 히잡 시위 과정에서 1만 5000명이 체포되고,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은 해당 통계를 부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5명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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