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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울리는 '연금 따로, 재산 따로'...건보 피부양자 코미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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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마포지사의 모습. 뉴스1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마포지사의 모습. 뉴스1

지난 9월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면서 2000만원 넘는 연금 때문에 건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사람이 20만 5212명으로 집계됐다.

16일 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16만 4328명으로 가장 많다. 공무원연금 액수와 인원이 많은 탓이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이 각각 1만여명이다. 국민연금은 4666명이다.

건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안 낸다. 소위 무임승차자로 불린다. 8월까지 이자·사업·배당·근로·연금 등을 더한 연간 소득이 3400만원 넘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었는데, 9월 이 기준을 '2000만원 초과'로 강화했다. 이 조치로 27만여명이 탈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다른 소득 없이 연금소득이 기준을 초과한 탈락자가 약 21만명으로 가장 많다. 이 중 본인 연금이 연간 2000만원(월 166만 6660원) 넘는 탈락자가 12만 6239명이다. 나머지 7만 8973명은 소위 '동반 탈락자'다. 연금 수급자의 배우자가 대표적이다. 가령 남편 연금이 월 167만원, 아내는 연금 0원인 경우에 아내도 피부양자에서 탈락했다는 뜻이다.

공무원연금 탈락자의 경우 동반 탈락자의 비중이 38.2%이지만 국민연금은 46.2%에 달한다. 국민연금에 의지하는 부부의 형편이 더 좋지 않다는 뜻이다.

연금은 개인 단위의 복지제도이다. 부부라지만 따로따로 보험료를 내고 노후 연금을 따로 받는다. 그런데 한쪽의 연금액이 연간 2000만원 넘는다고 동반 탈락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재산은 반대이다. 피부양자가 되려면 재산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과세표준액(지방세 기준)이 9억원 이하이거나, 5억 4000만원~9억원이되 연 소득 1000만원 이하이면 피부양자가 된다. 그런데 이 재산 요건은 부부에게 따로 적용한다. 한쪽의 재산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그 사람만 탈락한다.

민주당 박상현 보좌관(최혜영 의원실)은 "'소득 따로, 재산 따로'의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재산은 공동 형성하는 성격이 강해 동반 탈락시키는 맞고, 반대로 연금은 개별적 성격이 강하니 동반 탈락시키지 않는 게 이치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부양자의 소득 중 사업·이자·배당 등은 부부 공동 형성 자산 성격이 있지만, 연금은 상대적으로 그런 성격이 약하다. 박 보좌관은 "연금소득은 부부 동반 탈락 조항을 적용하지 말고 별도 적용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 탈락 조항은 지난 9월에 새로 나온 게 아니다. 한참 전부터 기계적으로 적용해 왔다. 그러다 이번에 연금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바람에 불합리가 드러났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수급자가 많이 증가해 시대가 달라진 점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딱히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피부양자 기준을 세밀하게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피부양자 탈락자는 지역가입자로 편입돼 재산·연금소득 등에 건보료를 낸다. 피부양자 탈락자 20만 5212명의 세대당 월 평균 보험료는 16만2000원이다. 정부가 내년 10월까지 80%를 경감해 주기 때문에 3만2400원만 낸다. 그 이후 1년마다 60%, 40%, 20% 경감하다 2026년 9월 전액 내야 한다. 그동안 연금의 30%에만 건보료를 부과하다 지난 9월 50%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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