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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윤희의 한반도평화워치

북핵 대비할 히든카드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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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 전술핵 어떻게 대비할까

최윤희 전 합참의장, 예비역 해군 대장·중원대 석좌교수

최윤희 전 합참의장, 예비역 해군 대장·중원대 석좌교수

북한이 휴전 이후 최초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온 나라가 격분하고 있다. 합참의장 시절 유사한 사례를 경험한 필자의 감회가 새롭다. 당시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은 서해에서 NLL 이남으로 대량의 포격을 해왔다. 우리는 즉각 NLL 이북 더 먼 거리에 10배에 가까운 대응 사격을 했다. 남북 간 긴장이 한껏 고조되었고 정전 관리 책임을 졌던 커티스 스캐퍼로티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으로부터 비례성에 어긋난다는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단호히 대응했다.

지금 벌어지는 남북 간 치킨게임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기 싸움이다. 절대로 밀려서는 안 된다. 북한이 전술핵을 확보하는 순간 그들은 자유자재로 핵무기를 이용해 위협과 도발을 자행할 것이다. 전술핵 개발을 막되 최악의 경우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실질적인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 간 다양한 억제 방안에 추가하여 우리의 독자적인 능력과 의지로 시행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절실하다.

미·소 냉전시대 핵무기 억제 수단으로 등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세계 6개국서 운용…적의 연안까지 은밀히 침투·공격할 수 있어
북한은 지난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 선언, 우리는 계획 없어
국가존망 걸린 북핵 위협에도 한국은 재래식 디젤 잠수함에 의존

북한 전술핵 개발, 한국엔 공포

최윤희의 한반도평화워치

최윤희의 한반도평화워치

전쟁사에 가공할 핵무기가 등장·확산하며 인류가 공포에 떨고 있다. 그 파괴력은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한 손상 이외에는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정확한 계산이 어려워 그냥 상상을 초월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누구도 감히 이를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나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미·소 간 쿠바 핵미사일 사건에 이어 중국·소련, 인도·파키스탄 간 핵전쟁 위기가 있었다.

오죽하면 이를 막기 위해 너 죽고 나 죽자는 상호확증파괴(MAD) 개념이 생겨났을까. 이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으로 상대방의 1차 공격에서 살아나 2차 공격으로 공멸한다는 공포를 조장하여 핵전쟁을 막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 저장고를 지하 벙커화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였으나 정밀 공격무기 개발과 방어체계 불균형 등으로 허점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신뢰할 억제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원자력 추진 전략잠수함이다. 이후 핵을 보유한 강대국들은 SLBM 확보에 진력해 왔으며 이제 북한이 그 대열에 합류하려 한다. MAD는 이와는 별개로 또 다른 허점을 가지고 있으니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같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술핵무기의 파괴력을 고려할 때 MAD는 과도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 북한 전술핵무기 개발이 주는 함의가 크다.

북한 SLBM 위협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1962년 MAD의 허점과 핵무기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상(SALT)이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은 2만5540발, 소련은 3346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다. 1991년 협상을 통해 핵무기 투발 수단(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전략폭격기과 핵탄두를 각각 1600기와 6000기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까지 미국은 1350기, 러시아는 1444기의 핵탄두를 감축하였으나 투발 수단은 예외였다.

특히 원자력 추진 전략잠수함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피했다. 양국 모두 SLBM을 핵전쟁에 대비한 최후의 보루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소련의 전략잠수함을 거의 실시간으로 따라붙어 감시했다. 존 리먼 미 해군장관은 1985년 “전쟁이 발생하면 미국의 원자력 추진 공격잠수함은 5분 이내에 소련의 전략잠수함을 공격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SLBM이 적의 핵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포기할 수 없는 히든카드가 된 것이다.

북한은 우리보다 30년 앞선 1960년대부터 잠수함을 건조·운용했다. 우리도 잠수함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잠수함을 공격무기로 간주하는 미국의 입장으로 늦어졌다. 현재 7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북한의 잠수함 건조·운용 능력을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비록 원시적이고 초보적인 수준이라 해도 일단 잠수함은 물 밑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그 자체로 엄청난 위협이다. 특히 해양환경 특성상 잠수함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동해에서의 대잠 작전 여건을 고려할 때 심각한 위협이다. 이는 때마다 한·미 연합 대잠수함훈련을 하며 미 해군이 내린 평가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2021년 초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핵무기 개발을 통해 이미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했으니 10년 이내 달성할 것으로 본다. 이는 재래식 디젤 잠수함을 운용하는 우리에게 크나큰 충격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 간 작전 능력의 차이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부상하여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는 재래식 잠수함의 경우 은밀성과 기동성, 작전 지속 능력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북한의 SLBM 개발은 2014년 8월 미 인공위성에서 잠수함 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을 발견하며 알려졌다. 2015년부터는 2019년까지 대략 6회에 걸친 시험발사가 있었으며, 그해 7월 23일 북한은 신형 잠수함에서 사거리 7000㎞의 SL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공개하였다. 북한이 SLBM 개발을 완료하는 경우 한·미의 북한 핵 위협 대응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해군의 북한 SLBM 대응 능력 키워야

우선 핵 위협을 한국과 일본을 넘어 미국 본토까지 망라하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은 본토에 대한 핵 공격에 대비하여 다양한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연안까지 근접하는 경우 그 대비는 대단히 어렵다. SLBM은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보다 발사체를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북한 잠수함이 미국 연안까지 접근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SLBM은 핵탄두가 부족한 북한이 한·미의 보복 공격에서 살아남아 2차 공격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전시 한반도에 전개할 미 증원 전력의 전개에도 치명적인 장애가 될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해군이 북한 SLBM 대응 작전을 주도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세계 6개국에서 운용 중이며 가성비가 뛰어나 많은 나라가 확보를 위해 혈안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이용하여 북한 수뇌부, 핵심 시설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시 MAD와 같은 억제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굳이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잠수함 발사 순항유도탄(SLCM)이나 첨단 드론 등을 이용해 전략적 타격이 가능하다. 물론 독자적인 핵 개발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미국의 반대 등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울러 북한의 SLBM 플랫폼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대응 수단이다. 잠수함에 대한 최적의 대응 수단은 잠수함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루빨리 북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대등한 능력을 확충시켜 대응토록 해야 한다. 이는 국제정세상 북한 문제에 전념할 수 없는 미국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줄 것이다.

억제는 적에게 능력 입증할 때 가능

추가하여 우리 해군의 대잠 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잠 항공기와 무인 탐지 체계 등 탐지와 격멸을 위한 전력을 확충하고 광범위한 해역에서의 효율적인 대잠 작전을 위해 한·미 연합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대잠 작전과 관련된 자료와 정보를 특수 정보로 분류하여 제공하지 않았으나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공유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응은 완벽해야 한다. 유사시 그 결과가 너무나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투사된 핵무기에 대한 방어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어떻게든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3축 체제를 비롯한 확장억제방안은 상당 부분 미국의 능력에 의존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 독자적인 핵 개발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억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의지와 능력을 적에게 입증할 때 가능하다. 우리의 독자적인 의지와 능력이 아닌 경우 한계가 있다.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전력이 보여준 전략적 타격 능력에 충격을 받아 SLBM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국가 존망이 걸린 치명적인 위협을 억제할 히든카드로써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SLBM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 예비역 해군 대장·중원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