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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장동 3인방 대질조사…"복잡한 자금 흐름 맞춰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 김만배(57) 화천대유 대주주 등 이른바 ‘대장동 3인방’의 입이 열리면서 대장동 수사가 1년여 만에 급반전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대선자금 8억4700만원 수수 의혹으로 구속기소하고, 정진상(54)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1억4000만원 뇌물 혐의와 대장동 차명지분 보유 및 뇌물약속 700억원을 포함한 부정처사후 수뢰 혐의로 15일 소환통보했다.

검찰은 특히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김용 부원장 공소장에 57회, 정 실장의 압수영장에 107회 등 도합 164회 적시하면서 사실상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비리 의혹의 정점으로 겨냥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유동규, 검사에 “할 말 있다” 한 게 신호탄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대장동 공판 법정에 출석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대장동 공판 법정에 출석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7일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회계사가 일부 녹취록을 제출해 시작된 대장동 1차 수사에선 검찰이 한 달여 만에 김씨 등 민간업자들과 성남시 산하 지방공기업 일개 간부인 유 전 본부장을 651억원 배임 및 700억원 뇌물약속 혐의로 기소하면서 대장동 의혹은 ‘윗선’ 없이 덮이는 듯했다. 이후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하고 7월 2기 수사팀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자 1년 동안 함구했던 이들의 입이 차례로 열렸다.

신호탄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9월 26일 위례신도시 사업으로 추가 기소된 뒤 10월 5일 검사와 면담 도중 “할 말이 있다”라며 김용 부원장과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같은 달 8일 피의자 신문 조서에 정식으로 담겼다. 이후 그는 같은 달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중앙일보·한국일보와 각각 만나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 “의리?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며 “이재명 대표가 모를리가 있겠느냐. 내가 벌 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폭탄 발언도 했다.

유동규-김용 불법 자금 전달 의혹.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동규-김용 불법 자금 전달 의혹.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 전 본부장에 이어 지난해 대선자금은 물론 2013년부터 정진상 실장, 김용 부원장에 각각 억대 뇌물을 제공한 의혹을 받는 남욱 변호사도 입을 열었다. 남 변호사는 특히 지난 11일 KBS와 옥중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줄 알았다. 대선 후보에게 20억 원으로 줄을 댄다면 싸게 먹히는 거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엔 유 전 본부장 1인 혐의였던 천화동인 1호 차명지분 의혹 및 700억 뇌물약속(부정처사후 수뢰) 혐의가 정진상·김용·유동규 등 이 대표 측근 3인방을 주어로 다시 씌어진 데는 천화동인 1~3호 명의자인 김만배씨가 최근 검찰에 “차명지분 배분 및 배당금 지급 논의를 한 건 맞다”고 시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덕분에 검찰은 김용 부원장 공소장가 정진상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2014년 2월 대장동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차명지분 약속과 2020년 9월 이후 이에 따른 배당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을 치밀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자금흐름이 워낙 복잡해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씨 등 업자들도 세세한 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대질 조사 등으로 기억을 복원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장동 3인방 지분 김만배 말 어떻게 바꿨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장동 3인방 지분 김만배 말 어떻게 바꿨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의겸 “정영학 녹취록 천화동인 1호엔 정진상·김용 안 나온다”

민주당은 ‘삼인성호(三人成虎)’를 언급하며 이들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고 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1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새로 밝혀낸 정진상·김용·유동규 3인 차명지분 및 700억원 뇌물약속 의혹은 유 전 본부장 1인을 수뢰 대상으로 본 기존 검찰의 기소 내용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2020년 10월 30일 노래방에서 녹음한 녹취록을 근거로 검찰의 새로운 수사결과를 반박했다. 이 녹취록에서 대장동 일당은 700억원을 배분하는 논의를 하며 유 전 본부장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모의하지만 “정진상과 김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이 이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해놓고 이제와서 다른 사실관계를 주장한다고도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를 두고 정상적인 방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초에 차명의혹 당사자 중 한 명인 유 전 본부장이나 명의자인 김만배씨가 정영학 녹취록 내용 자체를 부인하며 700억원의 구체적 지분 구조에 침묵하다가 세부적인 지분 내용을 새롭게 털어놓은 내용이란 것이다. 또 이들이 이런 구체적 내용을 정영학 회계사 앞에서 꺼내놓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해석도 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들도 머지않아 진술을 하기 시작할 것이란 게 법조계의 시각”이라며 “그리고 애초 수사 구도 내에서 관련자 진술이 아주 결정적인 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15일 정진상 실장의 출석에 대비해 조사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정 실장, 김용 부원장, 유 전 본부장 등이 2013년 9월부터 대장동 일당에게 접대를 받았던 서울 강남 및 성남시 분당구 소재 유흥주점 사장 및 종업원 등을 불러 향응 제공과 관련한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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