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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라면에 필수…두달만에 100억 '김통깨' 작명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농심이 지난 8월 출시한 ‘라면왕김통깨’가 2달여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농심

농심이 지난 8월 출시한 ‘라면왕김통깨’가 2달여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농심

식품 업계에서 제품의 특징을 바로 알 수 있는 ‘직관적 네이밍’이 뜨고 있다. 재료를 제품명에 활용하는 것은 초코파이·오징어땅콩·바나나맛우유 등 1970~80년대에 유행한 레트로 방식이다. 이제는 여기에 재미 요소까지 더해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 원재료 넣은 ‘레트로 네이밍’ 주목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왕김통깨’ ‘비쵸비’ ‘무뚝뚝고구마칩’ ‘더하다 보리차’ 등 신제품 이름에 원재료를 넣는 방식이 유행이다.

농심은 지난 8월 김과 통깨를 넣은 건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라면왕김통깨’라고 이름 붙였다. ‘김통깨’를 캐릭터화해 라면왕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스토리를 더했다. 이 제품은 출시 두 달여 만에 매출 100억원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구운 김 후레이크·볶음 참깨·고추기름 조미유로 고소함을 살린 맛과 귀여운 작명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지난달 초콜릿을 통째로 넣은 샌드위치 비스킷 ‘비쵸비’를 출시했다. 사진 오리온

오리온은 지난달 초콜릿을 통째로 넣은 샌드위치 비스킷 ‘비쵸비’를 출시했다. 사진 오리온

오리온은 지난달 초콜릿을 통째로 넣은 샌드위치 비스킷 ‘비쵸비’를 출시했다. 제품명은 ‘비스킷·초콜릿·비스킷’의 대칭적인 특징을 직관적으로 반영해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비쵸비’로 정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출시를 기념해 소셜미디어(SNS)에서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친구 이름 소환 이벤트를 진행해 소비자들이 ‘센스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심이 내놓은 ‘배홍동 비빔면’도 배와 홍고추, 동치미를 갈아 넣어 개발한 비빔장을 재치 있게 표현한 사례다.

과거 1980년대까지는 과자·음료·라면의 제품명에 원재료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해외 여행 자유화를 거치며 ‘외국어 제품명’이 대세로 떠올랐다. 오리온 ‘후레쉬베리’, 롯데칠성음료 ‘레쓰비’, 동아오츠카 ‘데미소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990년대 후반부터는 개성을 중시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 특성과는 무관해 보이는 ‘와우’(껌), ‘예감’(과자), ‘아침햇살’(음료) 등의 작명이 유행이었다. 2010년대에는 SNS가 대중화하면서 인증샷을 유도하는 이색적인 이름이 인기를 끌었다. ‘꼬꼬면’ ‘따옴’ ‘꼬북칩’ 같은 이름에는 ‘평범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반영됐다.

이런 변화를 거쳐 최근에는 다시 직관적인 이름이 떠오르는 추세다. ‘맥락 없이’ 튀는 이름이 아닌, 제품의 특징을 잘 반영하면서도 재미를 주려는 시도로 진화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네이밍은 항상 유행을 민감하게 반영했다”며 “최근에는 친근하고 부르기 쉬우면서도 제품의 특징을 잘 담아 젊은 층을 겨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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