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역량을 강화해 독립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13일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31일 열린 ‘디렉터스 서밋’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사회 중심 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이사회=거수기’란 과거 통념을 깨고, 전문성을 가진 개별 이사들에게 힘을 실어줘 그룹의 거버넌스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SK그룹은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 ▶이사회 업무 지원 포털 구축 ▶사외이사 정례모임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배구조 혁신 방안을 내놨다.
먼저 재무·글로벌·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해 전문성, 연령·성별 등 다양성이 반영된 ‘사외이사 후보군’을 내년 신규 선임 수요가 있는 관계사와 공유한다. 적시 적소에 인재를 확보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경영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시스템도 도입한다. 여기에는 상정 안건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과 회의자료 등이 게재된다. SK㈜·SKC 이사회에 시범 도입한 뒤 다른 관계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SK 관계사 사외이사들이 모여 그룹 주력사업에 관한 산업 동향과 이사회 역할을 논의하는 ‘디렉터스 서밋’을 정례화한다. 사실 SK그룹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지난해 8월엔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의사와 다른 결정이 채택된 적도 있다. 당시 SK㈜ 이사회에서 해외 사업 추가 투자와 관련 1대 주주이자 사내이사인 최 회장은 “직접 투자 대신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돕자”고 투자 안건에 반대했지만, 이사 9명 중 7명이 찬성해 추가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