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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70% 이곳 살게 했다…8년 만에 처음 돈 번 쿠팡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론칭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물류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은 가운데 처음으로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영업이익 1037억…매출은 7조 ‘사상 최대’

쿠팡이 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6조8383억원(51억133만 달러·환율 1340.5원 기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3850억원 대비해 2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37억원이었다.

지난해 3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후 쿠팡은 올 1분기까지 분기마다 2500억~5000억원대 손실을 내왔다. 2014년 이후 누적 적자가 6조원에 이른다. 2분기엔 영업적자 847억원으로 호전됐다. 3분기 쿠팡의 조정 에비타(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는 261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00억원 손실과 비교하면 1년 만에 가파르게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7년간 수십억 달러 투자…물류 효율화 주력

쿠팡이 이번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독보적 물류 네트워크와 과감한 자동화 투자 덕분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2014년부터 수도권에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갖췄다. 이는 축구장 500개 규모(약 112만 평)로 여의도 면적보다 28% 넓다.

이를 통해 국내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 반경 15분 거리에 사는 일명 ‘쿠세권’을 만들었다. 직매입한 제품을 물류 거점에서 고객에게 빠르게 직배송하고, 신선식품과 일반 상품을 구분 없이 일반 트럭으로 배송하고 있다. 물류센터가 촘촘히 있어 따로 콜드체인(저온 유통) 배송 시스템이 없어도 단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국민 쿠팡 물류센터 15분 거리 ‘쿠세권’

물류 자동화 기술에도 2020년 5000억원, 지난해 7500억원을 투입했다. 머신러닝 기술 기반의 수요 예측으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와 비교해 50% 줄였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기술·풀필먼트·라스트 마일(최종 배송단계)을 통합한 독보적 물류 네트워크에 지난 7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프로세스 최적화, 머신러닝·로보틱스를 포함한 자동화 기술에 지속해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특히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7%로 소매 시장 성장률(7%)이나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12%) 크게 웃돈다”며 “기술 투자의 효과로 재고 손실이 줄고, 물류가 개선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쿠팡 물류센터. 사진 쿠팡

쿠팡 물류센터. 사진 쿠팡

‘마이웨이 비즈니스’ 통했나 

그동안 쿠팡 안팎에서는 “투자금이 끊기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위기 때마다 쿠팡은 세콰이어캐피탈, 블랙록 등으로부터 2018년까지 34억 달러(약 4조7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고, 지난해 뉴욕증시 상장으로 1조8600억원을 유입됐고, 이를 다시 물류 인프라에 투자했다.

지속적 투자로 덩치가 커지면서 일자리 창출도 상당하다. 창립 첫해 200명이던 직원은 지난 6월 기준 6만300명으로 늘었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은 국내 3위 규모다.

쿠팡은 올해 6월 기준 6만300명(국민연금 가입자 기준)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사진 쿠팡

쿠팡은 올해 6월 기준 6만300명(국민연금 가입자 기준)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사진 쿠팡

다만 쿠팡이 본격적인 흑자 구조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태다. 아직은 흑자 규모가 미미하고,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어서다. 네이버는 ‘도착보장 서비스(안내받은 도착일에 정확히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고, 롯데는 영국 오카도와 손잡고 스마트 물류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지금부터는 비용보다 수익이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커머스 지배력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커머스가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리딩 업체로서 성장 저하에 대비하고, 사업 다각화나 해외 확장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업 흑자 소식에 쿠팡 주가는 10일 오전(한국시간) 시간 외 거래에서 마감 때보다 7.43% 상승하며 17.5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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