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의 전용면적 85㎡ 아파트는 지난달 7일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같은 면적이 최고 27억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 1년 만에 27.8% 하락한 것이다. 그러면서 최고 공시가격과 매매가격이 역전됐다. 올해 이 아파트 85㎡ 공시가격은 최고 19억85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매매가격이 이보다 3500만원 낮은 것이다. 전(前) 소유주는 폭락한 가격으로 매도한 것도 가슴 쓰린데, 다음달 1~15일에 매매가격보다 오히려 높거나 비슷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하는 상황이다.(종부세는 그해 6월 1일 보유자에게 부과)
올해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자 비슷한 상황의 아파트가 점차 늘고 있다. 종부세 납부를 앞두고 조세 저항도 예상되고 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불편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불합리한 세금만큼 민심 이반을 가속화하는 것도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 약 120만명이라고 발표하자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익 본 게 한 푼 없는데 뜯어가는 세금” 등의 글이 올라오는 등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민심이 심상치 않자 대통령실이 8일 브리핑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가 27만명가량 늘지만 1인당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 95%에서 60%까지 인하하고, 일시적 2주택자나 상속주택 등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종부세는 인(人)별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기본공제액(기본 6억원, 1주택자는 11억원)을 제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율을 곱해 정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낮아지면 세액도 낮아진다.
이 부대변인은 특히 “지난 부동산 정책실패 부작용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대폭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종부세 문제가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고 명확히 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9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급격하게 공시가격을 올렸다. 지난해와 올해 공동주택 기준 공시가격 상승률은 각각 19.1%, 17.2%로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종부세 대상이 늘어났다. 2020년까지만 해도 종부세 대상은 66만5000명으로 올해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 됐다.
여당 내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된 공시가격 체계를 현 정부에서 개편하는 데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유경준 의원은 “보통 기존 시세보다 30% 정도 떨어지면 공시가격과 역전되고, 특히 고가 아파트는 20% 정도만 떨어져도 역전된다. 지금 시장 상황을 보면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대책 마련이 더 빨리 필요한 상황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것은 임시 방편일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책위 부의장인 류성걸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목표한대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가 되면 시세가 10%만 떨어져도 역전이 된다. 정책적 결정 사항이지만 현실화율은 70~80%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4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기존 현실화 계획을 1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올해 수준인 71.5%(공동주택 기준)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제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시가격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