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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건강보험 기금화법 발의…해외처럼 건보 국회 통제받나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이 건강보험(건보)을 정부 재정에 포함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급속한 고령화와 지난 정부에서 시행된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의해 건보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다. 건보 재원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지출 통제 필요성이 커지자 건보를 기금으로 지정하는 시도에 들어갔다.

8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건보를 기금화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국가재정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기존엔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지출을 늘리거나 보장 항목을 확대하는 게 자유롭게 가능했다. 법안이 통과돼 기금으로 지정될 경우 국회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령화에 건보 재정 급속히 위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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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보 지출액은 77조7000억원이다. 2012년(38조8000억원)보다 2배가량 늘었다. 최근 10년간 건보 총지출 증가율을 따져보면 연평균 8%에 달한다. 올해는 더 가파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반기(1~6월) 진료비는 50조8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조8823억원)보다 11.6% 증가했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건보 지출 규모가 늘어나는 속도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고용‧산재보험 등 건보를 제외한 사회보험은 모두 국가기금으로, 정부 재정으로 집계되고 있다. 건보만 여기서 빠져 있는 구조다. 하지만 4대 사회보험 중에선 건보의 지출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정부는 재정으로 건보에 9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4대 보험 중 정부 지원 액수도 가장 크다.

기금화 시도 수차례…이번엔 다를까

건보 가입이 의무인 국가 대부분은 기금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가 지출 규모를 통제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식이다. 영국‧프랑스는 의회가 건보 심의를 하면서 지출 총량을 결정한다. 세부적인 내역까지는 국회가 관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전체 지출 규모를 통제해 대규모 적자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건보료를 사실상 세금처럼 걷고 있는데 재정에 포함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2005년 17대 국회를 시작으로 건보 기금화 관련 법안은 몇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다만 지금까진 야당이 주로 발의해왔다. 건보 정책을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인 만큼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번엔 여당에서 직접 발의한 만큼 더불어민주당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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