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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공화당 찍어라"…'오너리스크' 테슬라·트위터 울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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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뉴스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무소속 유권자들을 향해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거대 SNS 소유주의 유례없는 현실 정치 개입 발언에 트위터 광고주들은 줄줄이 계약을 해지했고, 테슬라의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머스크 “대통령 민주당이니 의회는 공화당에”

머스크는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대통령이 민주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의 경우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무소속 성향 유권자들에게 추천한다”고 썼다. 사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머스크는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대통령이 민주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의 경우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무소속 성향 유권자들에게 추천한다”고 썼다. 사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된 권력은 (민주·공화당) 양당의 최악의 (권력) 과잉을 억제한다”며 “따라서 대통령이 민주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의 경우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무소속 성향 유권자들에게 추천한다”고 썼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강경파 지지자들은 절대 반대편에 투표하지 않기 때문에 무소속 유권자들이 실제로 누가 (의회를) 책임질지 결정하는 사람들”이라며 무소속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강조했다.

머스크가 미 중간선거 전날 내놓은 이 발언은 곧바로 큰 논란을 불렀다. 그가 글로벌 거대 SNS의 소유주이자 1억1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트리터리안’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머스크의 트윗은 주요 SNS 플랫폼 수장이 미국의 한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한 첫 번째 사례”라며 “머스크가 트위터를 장악한 뒤 불과 며칠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사상 초유 SNS 소유주 정치 발언…논란 가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31일 유명 모델 하이디 클룸이 주최한 핼러뒨 파티에 특별 복장을 입고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31일 유명 모델 하이디 클룸이 주최한 핼러뒨 파티에 특별 복장을 입고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간 트위터·페이스북 등 주요 SNS의 경영진은 주요 선거에서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권자들이 SNS를 통해 선거 관련 정보를 많이 소비하는 만큼 SNS 행보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다. AP통신은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견해를 밝혀왔지만,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 상황에서 한 당을 직접 지지하는 발언은 트위터가 머스크 체제 안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외교 잡지 디애틀랜틱도 “머스크의 개인적인 성향이 전 세계인의 정보 공유와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의 트위터 인수가 회사 자체를 넘어 지구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머스크는 추가 트윗을 통해 “분명히 말하자면 내 역사적 정당은 무소속이었고 실제 투표 기록으로는 올해까지 전적으로 민주당이었다”며 “나는 미래에 다시 민주당에 투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너리스크에 휘청이는 트위터·테슬라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그럼에도 시장에선 머스크의 발언을 ‘오너리스크’로 평가하는 모양새다. 이날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와 자회사 카이트는 트위터에서 유료 광고를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도 트위터 광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약사 화이자, 자동차회사 폭스바겐그룹과 제너럴모터스(GM), 식품업체 제너럴밀스와 몬데레즈인터내셔널, 유나이티드 항공 등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직후 광고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경영권 변화로 플랫폼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미디어 관련 시민단체인 프리프레스의 제시카 곤잘레스 대표는 머스크의 공화당 지지 촉구 트윗과 관련해 “머스크는 광고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균형 잡힌 CEO라는 걸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테슬라 주가도 연일 내리막길이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이날 5.01% 급락한 197.08달러로 마감했다. 테슬라의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2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건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는 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뒤에 발생했다”며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트위터 문제로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사업 이익 위한 의도된 정치 발언”

실제로 머스크는 미국 정치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반정부 시위, 대만 문제 등 전 세계 정치·외교 분야와 관련해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런 행동에 머스크의 사업적 이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CNBC 방송은 “머스크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배경엔 민주당이 주도하는 테크 분야 플랫폼 기업에 대한 통제 법안 처리를 막으려는 뜻도 담겼다”며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빅테크 규제법 통과 가능성은 극히 작아진다”고 진단했다.

"IRA로 테슬라 밀어준 바이든에 뒤통수" 평가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메릴랜드주에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해달라는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메릴랜드주에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해달라는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실제로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을 지지했던 머스크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억만장자세, 플랫폼 규제 등의 사안에서 민주당 진보성향 의원 및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지속해서 충돌하자 지난 5월 “민주당은 분열과 증오의 정당이 됐다”며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공화당 반대에도 지난 9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며 머스크의 테슬라를 대놓고 지원해줬던 점을 고려하면 머스크가 바이든의 뒤통수를 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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