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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SPC 압수수색…2년간 멈췄던 '공정거래법 위반' 수사 속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8일 ‘일감 몰아주기’와 ‘경영진 배임’ 의혹으로 SPC그룹 본사 및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며 허영인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허 회장 등을 고발한 지 약 2년 만이다. 최근 SPC 계열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해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뉴스1

허영인 SPC그룹 회장. 뉴스1

바뀐 수사팀… "묵혀 있던 사건 엄정 조사 기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서울 양재동 SPC 본사와 삼립 등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개인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검찰은 SPC그룹 차원에서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등을 목적으로 계열사인 삼립에 이익을 몰아줬다고 보고 있다. 삼립은 허 회장과 아들 두 명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이다.

SPC그룹에 대한 수사는 2020년 7월 공정위가 검찰에 허 회장 등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SPC 본사는 파리크라상 등 제빵계열사가 밀가루 생산계열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할 때 아무런 역할이 없는 삼립을 거치도록 해 일종의 ‘통행세’를 몰아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계열사인 샤니도 상표권 무상 제공, 판매망 헐값 양도를 통해 삼립의 이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허 회장과 조상호 전 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와 계열사 3곳을 검찰에 고발하며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했다. 허 회장은 '총수 일가를 위한 부당지원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샤니 소액주주들에 의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도 고소돼 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연합뉴스

공정위 고발 이후 2년 간 일부 실무진을 조사하는 데 그쳤던 수사는 지난 5월 검찰 정기인사 이후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올해 안에 사건을 처리하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실무를 지휘하는 이정섭 공정거래조사부장도 손꼽히는 특수통이다. 검찰 관계자는 “SPC그룹뿐 아니라 대기업 부당 행위에 대해 엄정 조사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 고발 사건은 공소시효가 5년이라 다소 여유가 있지만 허 회장의 배임 의혹은 올해 말로 공소시효가 촉박한 점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지난달 중순 SPC 계열사의 제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도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되는 근거다. 반면, SPC그룹은 공정위 처분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룹 내 ‘몰아주기’에 대해 SPC 측은 “외부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으며, 계열사간 거래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상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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