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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뉴욕 지면 핵폭탄급 위기…2년 뒤 대선도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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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6일 뉴욕주 용커스에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지원 유세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뉴욕주 용커스에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지원 유세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차로 30분 거리의 용커스에 있는 새러 로런스 칼리지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찾아왔다. 민주당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예상외로 리 젤딘 공화당 후보에게 고전하자 지원유세를 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하원의원인 젤딘 후보를 직격했다. 젤딘이 경제 활성화 기반인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비판하자 관중 1000여 명은 야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딘이 “범죄 문제를 말하지만, 모두 말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청중을 향해선 “당장 나가서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지는 ‘블루 스테이트’인 뉴욕 주지사 선거까지 접전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무대에는 호컬 주지사,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레티시아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등 민주당 뉴욕 정치인들이 총출동해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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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호컬(左), 리 젤딘(右)

캐시 호컬(左), 리 젤딘(右)

호컬 주지사는 여론조사에서 젤딘 후보를 4~11%포인트 앞서고 있다. 뉴욕주에 유권자로 등록한 민주당원이 공화당원보다 훨씬 많은 걸 고려하면 예상보다 근소한 차이여서 민주당이 긴장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최근 자체 여론조사에서 호컬 주지사는 지지율 50%를 못 넘고 있다고 한다. 젤딘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이겼다고 주장하는 ‘불복주의자’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인 뉴욕 주지사 선거가 접전으로 나타나자 민주당 거물들이 잇따라 캐시 호컬 주지사 지원 유세에 나섰다. 사진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인 뉴욕 주지사 선거가 접전으로 나타나자 민주당 거물들이 잇따라 캐시 호컬 주지사 지원 유세에 나섰다. 사진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뉴욕 주지사 선거가 접전으로 나타나자 민주당 거물들이 잇따라 뉴욕 사수에 나섰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호컬 주지사 유세에 총동원됐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인 뉴욕 주지사 선거가 접전으로 나타나자 민주당 거물들이 잇따라 캐시 호컬 주지사 지원 유세에 나섰다. 사진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인 뉴욕 주지사 선거가 접전으로 나타나자 민주당 거물들이 잇따라 캐시 호컬 주지사 지원 유세에 나섰다. 사진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FP=연합뉴스]

젤딘 후보가 이기면 20년 만에 공화당 소속 뉴욕 주지사가 탄생하게 된다. 1995~2006년 재임한 마지막 공화당 뉴욕 주지사인 조지 퍼태키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젤딘 후보가 선전하는 이유로 범죄·세금·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범죄 증가, 세금 부담, 인플레이션 불만 등이 유권자를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세라 로런스 칼리지 2학년생인 바이올렛 웹스터는 “민주당은 자신들의 어젠다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반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은 주민 관심사를 감정에 호소하며 파고드는 데 능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언론인 패트릭 캐츠는 “만에 하나 민주당이 뉴욕 주지사 선거에서 질 경우 핵폭탄급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공화당 메시지가 일반 대중에게 먹히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2024년 대선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같은 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대승해 ‘레드 웨이브’가 생긴다면 이는 경합주가 아닌 뉴욕이나 오리건 같은 전통적인 ‘블루 스테이트’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뉴스 매체 복스는 예상했다. 앞서 선거 분석 매체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이달 초 뉴욕·뉴저지·오리건·캘리포니아·일리노이 등 ‘블루 스테이트’ 내 하원의원 선거 10석을 추가로 공화당 우세로 수정해 발표했다.

한편 젤딘 후보의 선전엔 화장품업계의 거물 로널드 로더(78)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6일 전했다. NYT는 이날 ‘뉴욕의 억만장자 정치 파괴자’라는 기사에서 젤딘 후보 후원금으로 최소 1100만 달러(약 154억원)를 지출한 로더가 “공화당을 위해 혼자의 힘으로 운동장을 (반대로) 기울였다”고 보도했다.

정부 감시 단체 리인벤트올버니에 따르면 로더는 지난 8~10월 젤딘 후보가 쓴 선거자금의 절반을 사실상 부담했다. 호컬 주지사 측은 해상 풍력발전 단지 건설을 막고, 상속세 폐지를 끌어내려는 속셈이라고 본다. 그러나 로더는 NYT 인터뷰에서 “뉴욕을 범죄에서 안전한 도시로 만들고 싶다”며 “사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공화당과 민주당, 두 개의 정당을 원한다. 정당이 하나뿐이라면 상황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중간선거 여론조사 결과

미국 중간선거 여론조사 결과

로더는 글로벌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의 창업자인 에스티 로더의 아들로, 뉴욕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는 브롱스 과학고등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를 거쳐 64년 에스티로더에 입사해 83년 이사회 의장이 됐다. 84년 미 국방부 부차관보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86년 주오스트리아 미국대사를 지낸 뒤 89년 뉴욕시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공화당 경선에서 루디 줄리아니에게 패했다.

그는 2007년 세계유대인회의(WJC) 의장으로 선출됐고, 알츠하이머 약물재단을 설립하거나 멸종 위기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비영리단체 세계기념물기금(WMF) 명예이사를 맡았다. 그는 2016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지지 단체에 160만 달러 넘게 기부했다.

로더는 미술 애호가이기도 하다. 2001년 맨해튼에 독일·오스트리아 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노이에 갤러리’를 설립했다. 2006년엔 소더비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1907년작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Ⅰ’을 당시 회화 부문 최고 거래가인 1억3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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