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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서비스품질지수] [기고] 세계로 웅비하는 K-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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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얼마 전 대만,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서울대학교로 유학을 온 외국 학생들과 식사를 했다. 졸업 후 계획을 묻자 대부분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이 여러모로 편리하고 살기 좋다”며 대중교통, 인터넷 등 각종 서비스가 우수하다고 칭찬했다. 비단 유학생들만의 의견이 아니다. 미국에 사는 교포 친구도 매년 한국을 찾는다. 머리 손질뿐 아니라 건강검진에 치과, 피부 시술까지 받는다.

한국의 서비스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BTS와 블랙핑크의 활약으로 우뚝 선 K-팝, 박세리로부터 시작된 K-스포츠, 영화 기생충과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증명된 K-무비, 오징어게임과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로 대표되는 K-드라마. 이제는 세계로 웅비하는 K-서비스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오래전 일이 떠오른다. 한국표준협회 부회장과 점심을 먹던 중 화제가 한국이 유치한 월드컵 대회와 행사 준비로 이어졌다. 경기장 등 체육시설이 주로 얘기됐지만, 필자는 서비스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문객들이 공항에서부터 택시, 호텔, 식당 등을 이용하면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해야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주위에도 추천할 것이니까.

부회장은 좋은 생각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더니 서비스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려면 품질 측정이 중요하니 서비스산업의 품질을 측정하는 모형을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주로 제조 분야에 집중하던 터라 서비스 분야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이걸 계기로 필자가 연구 책임을 진 서울대 경영연구소와 한국표준협회가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다. 식탁에서의 작은 대화가 한국을, 아니 이제는 세계를 대표하는 서비스품질 모형으로 이어진 것이다. 몇 년 전 KS-SQI 모형을 싱가포르 등 해외에 수출했으니 과장이 아니다.

2000년에 개발된 KS-SQI는 지난 23년간 조사를 계속하며 한국서비스산업 발전에 지속해서 기여했다. 첫해는 14개 업종이었지만 올해는 총 87개 업종, 386개 기업이나 기관의 이용자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2000년 54.5점이었던 서비스산업 KS-SQI 평균은 올해 75.1점으로 20점 이상 올랐다.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인해 얻는 성과는 기업, 고객, 사회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기업이 얻는 성과는 글로벌 경쟁력과 고객 충성도 제고를 통한 이익과 기업가치 증대라는 경제적 기여다. 고객 측면의 성과는 고객을 만족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 즉, 서비스 품질은 기업, 고객, 사회가 모두 상생할 수 있게 만든다.

최근 개편된 KS-SQI 3.0은 서비스품질 측정에 사회적 품질도 포함하고 있다. 사회적 품질은 기업이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고, 올바른 경영을 하는가를 의미한다. 더불어 사회적가치가 서비스품질 측정에 반영돼 기업들이 기속가능 경영을 목표로 할 것을 제시한다. 기업의 사회적가치 추구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세계로 웅비한 K서비스. 그 주역은 진심과 열정으로 일하는 서비스인이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 직원이 고객에게 잘하길 원한다면 직원에게 잘해야 한다. 직원이 제대로 대우받아야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이 영웅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자.

이유재 서울대학교 석좌교수 KS-SQI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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