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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축사악취, 도로정비 … 봉사 통해 해결하는 ‘안녕캠페인’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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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지난 6월 15일 전북 김제시 동도마을 주민들이 도로정비와 나무 식재를 마친 뒤 함께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지난 6월 15일 전북 김제시 동도마을 주민들이 도로정비와 나무 식재를 마친 뒤 함께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농사만 안 지으면 사실 마을을 떠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삭막한 느낌마저 들었죠. 하지만 안녕캠페인에 참여하면서 같이 소통하고 협력하고 상생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좋은 마을이 되어가고 있어요!”

전북 김제시 신풍동 동도마을에 사는 김경자(52)씨의 말이다.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부터 주민 50여명과 함께 ‘안녕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마을 주민들은 축사악취,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방법을 찾고 있는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김제시자원봉사센터가 나섰고 공론장이 마련됐다. 주민들은 지켜야 할 3가지 가치 덕목으로 ‘협력·친절·배려’를 선정하고 쓰레기 문제 해결부터 나섰다. 무단투기 장소를 깨끗이 치우고 목재 데크를 설치했다. 낡고 오래된 벽화도 다시 칠하고 나무도 새로 심었다. 이제는 주민들이 ▶축사악취 ▶쓰레기 무단투기 ▶도로정비 ▶소통부재 등 4가지 지역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2동 주민들은 동네 폐가 문제 해결에 나섰다. 2020년 봄, 주민들의 골칫거리였던 빈집 문제로 모인 주민 15명은 이곳을 주민 쉼터로 바꾸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집주인은 빈집을 무상임대하고 집수리봉사단도 힘을 보탰다. 같은 해 9월, ‘안녕우리마을회관’이라는 이름의 주민 공유공간이 새롭게 탄생했다. 주민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독거노인을 돕기 위한 반찬배달 봉사를 시작했다. 활동 3년 차에 접어든 올해는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실천 프로그램도 추가했다. 초기부터 참여한 박경덕(69)씨는 “공간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동네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며 “마을회관을 구심점으로 반찬배달봉사, 텃밭가꾸기, 쓰레기수거를 함께 하다 보니 동네 문제가 더 잘 보인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자원봉사로 사회 문제를 예방·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의지가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2020년부터 전국 245개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안녕캠페인’을 펼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안녕캠페인은 시민들이 지역사회 여러 주체와 협력해 의제 선정부터 해결까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자원봉사캠페인이다. 2020년부터 3년간 운영된 프로젝트는 총 226개로 참여 봉사자 수는 5만8000여명에 달한다.

시민 주도의 문제 해결형 봉사활동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현상이다. 지난 3일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자원봉사는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가’를 주제로 주최한 국제포럼에 참석한 패널들도 한목소리로 “팬데믹을 거치며 시민주도 자원봉사와 다양한 유형의 비공식 활동이 주목받는 건 글로벌 현상”이라고 말했다.

세계자원봉사협회(IAVE)와 행정안전부 후원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니콜 시릴로 IAVE 사무총장을 비롯해 미국·영국·포르투갈·대만·태국 등 각국의 자원봉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원봉사의 국내·외 동향을 분석하고 다양한 실천전략을 제시했다.

지난 3일 ‘2022 자원봉사국제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니콜 시릴로 세계자원봉사협회(IAVE) 사무총장의 모습.

지난 3일 ‘2022 자원봉사국제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니콜 시릴로 세계자원봉사협회(IAVE) 사무총장의 모습.

기조강연자로 나선 시릴로 사무총장은 “코로나19, 기후위기, 불평등까지 인류 공통의 문제 앞에 전 세계 자원봉사도 ‘파괴적 혁신’을 거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아프리카·유럽·남미·아시아 등 세계 각 지역의 빈곤층은 봉쇄조치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단체들이 봉쇄 상황에 적응하며 보여준 회복력은 그보다 더 놀라웠다”고 전했다.

시릴로 사무총장은 “자원봉사자가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동등한 파트너로서 존중받고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식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자원봉사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기술 혼합 ▶인프라 불균형 해소 ▶정부 정책·제도적 지원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파트너십 강화 ▶공동학습·교류 네트워크 확대 등을 실천 전환전략으로 제시했다.

박윤애 전 IAVE 아태지역 대표는 “우리는 팬데믹 위기 속에서 온라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봉사활동, 다양한 비대면 자원봉사 경험, 민간·기업·정부 간 일상적 협업의 중요성 등을 배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천 전환전략으로 ▶자발적 시민들에 대한 지원 ▶공적 자원봉사 인프라 조직의 기능 강화 ▶기후위기 및 재난 대응 ▶학습과 실천의 선순환 구조 확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 강화 ▶시민주도 활동 확산 노력 등을 꼽았다.

피스타마이지카협회의 쏘니아 페르난데스 대표는 포르투갈의 시민주도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V.E.S(Volunteering for Social Emergency)를 소개했다. 약 50명의 청년이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격리된 독거노인 가정 식료품·의약품 전달, 취약계층 아동 온라인 학습, 장애청년 활동 지원 등을 진행한 사례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이 소외된 노인·아동·장애인을 돕기 위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혜 대상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봉사자들은 적극적인 리더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팬데믹 이후 뉴노멀 시대,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멈추지 않고 더 확장되고 있다”며 “단절과 불안, 위험으로부터 공동체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연대 활동에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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