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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 신청사 디자인 재설계…발로 뛰는 면장같은 시장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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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2022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 

이범석 청주시장이 지난달 17일 집무실에서 신청사 건립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이범석 청주시장이 지난달 17일 집무실에서 신청사 건립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지난 7월 11일 충북 청주시 낭성면사무소. 이범석(55·국민의힘) 청주시장이 취임 열흘 만에 처음으로 주민과 대화하는 자리였다. 마을 대표 30여 명이 묵혔던 민원을 쏟아냈다. “낭성면 감천에도 자전거 도로를 놔달라, 게이트볼장 인조잔디를 교체해달라….”

이 시장은 이날부터 40일간 43개 읍·면·동을 모두 돌며 주민 1024명을 만났다. 간담회에선 배수로 정비와 폐쇄회로TV(CCTV) 설치, 마을 안길 포장 등 건의사항 454건이 접수됐다. 이범석 시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청사 건립, 체육시설 같은 거창한 사업보다 실생활과 밀접한 환경개선 관련 요청이 많았다”며 “책상에 앉아만 있으면 들을 수 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읍·면·동장이 챙길 법한 마을 현안에 시장이 달려들자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현장에서 곧바로 판단하고 해법을 마련하니 불필요한 보고서가 줄어들었다. 건의 사항 140건이 두 달도 안 돼 해결됐다. 예산이 필요한 64건은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요즘 청주시청은 소통이 화두다. 시장이 주관하는 회의에선 “만나고, 대화하라”는 주문이 잦다. 시장 1호 현안 결재로 ‘소통서포터즈’가 오를 정도다. 청주시청 직원 20명으로 구성된 소통서포터즈는 조직 문화개선을 주제로 토론한다. 시장 직속으로 소통보좌관실을 뒀고 상생소통담당관실에 직원 16명을 배치했다.

이 시장은 청주시 미원면 대신리 텃골 출신이다. 그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마을 이장을 지낸 아버지 모습을 보며 공무원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산골 마을인 텃골을 몰라보게 바꿔놨다.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던 길이 말끔한 포장도로로 탈바꿈했다. 호롱불 아래서 공부하던 아이들은 전기등을 쓸 수 있게 됐다. 이 시장은 “당시 마을 변화가 혁명처럼 느껴졌다”며 “발품을 팔며 동네 어르신을 만나고 면사무소 직원과 밤새 토론하던 아버지를 보면서 소통의 중요함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1992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충북도 정책기획관과 청주시 부시장을 거쳐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관을 끝으로 지난해 8월 명예퇴직했다.

청주시의 핵심 현안은 신청사 건립이다. 전임 한범덕 시장은 2025년까지 2750억원 들여 1965년 지은 본관동을 보존하고 둘레에 새 청사를 짓는 계획을 세웠다. 국제공모와 설계비용으로만 97억원을 썼다. 이 시장은 “설계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본관을 철거하고 설계를 다시 하면 비용을 218억원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시장의 생각이다.

이범석 시장은 “지금 설계는 디자인에 치중한 나머지 비효율적”이라며 “본관 양쪽 부지 활용도가 떨어지고, 의회 독립청사를 새로 지어야 하는 변수도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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