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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노인 질환 아니다…'180㎝·120㎏' 20대男도 걸린 이 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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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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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남성 A씨는 군대 신체검사에서 혈당이 높다고 나와 병원을 찾았다. 체중 120kg 이었던 A씨는 몸무게는 많이 나가도 키는 180cm로 큰 편이었고 몸이 아프다거나 별다른 증상이 없어 스스로 튼튼하고 건강하다고만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병원 검사 결과 A씨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9%를 넘어섰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평균 혈당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6.5%를 넘어가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당뇨병 환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2만8401명으로 이미 2018년 수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20대 당뇨병 환자는 3만7926명으로 2018년(2만6808명)보다 41.5% 증가했다. 전체 당뇨병 환자 증가율(13%)과 비교해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기간 30대 환자는 11만5745명으로 3년 전(10만83명)보다 15.6% 늘었다. 40대 당뇨병 환자는 10.1%, 50대는 6.8%, 60대는 22.3%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당뇨병이 최근 젊은 층에서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만 인구의 증가와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A씨를 치료한 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 문준성 교수는 “15년 전만 해도 희귀했던 젊은 층 당뇨 환자를 요즘에는 진료실서 많이 볼 수 있다”면서 “과거에는 젊은 층의 당뇨가 자가면역 등이 원인이었다면 요즘엔 비만 인구가 늘면서 당뇨병이 일찍 시작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 원격 수업이 늘어나는 등 야외 활동이 줄고, 배달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영양과 균형 잡힌 식생활이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배재현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예전보다 확실히 2030대에서 당뇨 신환(새로운 환자)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40대 전에 생기는 당뇨병을 ‘조기 발병 당뇨병(young/youth onset diabetes)’이라고 의사들끼리 따로 명명할 정도로 질환의 병태 생리가 다를 것으로 보고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당뇨병에는 여러 환경 요인이 있을 건데 상당수는 과체중, 비만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년 당뇨보다 질환 진행 속도 빨라”

젊은 나이에 당뇨병에 걸리면 그만큼 유병 기간이 늘어나고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당뇨병 합병증으로는 대표적으로 눈 질환인 당뇨망막병증, 백내장 등이 있고 신장 관련 만성 신부전증, 심혈관질환인 뇌졸중, 종맥경화증 등이 있다.

배 교수는 “(젊은 층은) 중년 당뇨 환자보다 질환의 진행이 빠르다”고 말했다. “혈당이 나빠지는 속도, 경구 약제가 실패해 인슐린으로 넘어가는 속도 등이 빠르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합병증도 훨씬 더 빠르게 생긴다”고 설명했다. 젊은 환자라고 해서 특정 합병증을 얻게 된다기보다는 조기에 발병되고 시간이 누적되면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평균 수명을 80세라고 봤을 때, 60대에 당뇨병 진단을 받고 70대에 합병증이 생기면 그 병을 10년 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30대에 진단받아 40대에 합병증이 생기면 30~40년 동안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당뇨병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서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 교수는 “고혈당이 아주 심하지 않다면 당뇨병은 증상이 없어 (젊은 층에서) 인지 자체가 잘 안 된다”면서 “젊은 층은 진행이 빠를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검진을 빠트리지 말고 받을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사진 pexels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사진 pexels

문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에서 진행한 ‘당뇨병 고위험군 예방 연구’를 소개하며 당뇨병 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사람 중 60%가 식후 혈당부터 올라간다고 했다. 현재 검진에서 시행하는 공복 혈당 만으로는 많은 환자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검진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당뇨는 초반 3개월을 못 잡으면, 평생 못 잡는다”면서 조기 치료의 중요성 역시 강조했다. “젊은 환자의 경우, 초반에 인슐린이나 주사제를 써서 혈당을 정상화하고 체중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 크다”면서 “경구약이 안되면 다음 약제(인슐린·주사제)로 넘어가는 고전적인 치료 패러다임보다 초반에 강한 약제로 기세를 꺾어서 체중 관리를 하는 식으로 최근 연구결과나 진료지침은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스트레스 관리 중요”

당뇨병은 완치의 개념이 없다. 완치 대신 ‘관해(remission)’라고 말한다. 관해는 약물치료 없이 목표 혈당 수치나 더 나아가 정상 혈당 수치를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배 교수는 “완치라는 것은 그 병이 다시 안 생겨야 하는데, 당뇨병은 질환 특성 자체가 만성질환이고 생활습관 병이다 보니 관해가 왔다가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비만 관리가 대표적이다. 체중(BMI 지수)과 허리둘레(남 90·여 85)의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비만의 경우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체중을 5~7% 줄이게 되면 당뇨병의 발병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 식단 조절과 함께 적절한 운동 역시 필요하다.

시간을 내서 운동이 어렵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문 교수는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한다든지 일상생활 속에서 활동을 높이는 '비운동 활동 대사(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는 사람은 비만이 생기지 않도록 식사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및 수면 관리 역시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배 교수는 “스트레스에 영향을 크게 주는 것은 수면”이라면서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올해부터 들어가기 시작하는 등 이전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수면 관리에 학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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