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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매몰’ 생환 광부 “다시 태어나 세상을 처음 느끼는 기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일 오후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 박정하(오른쪽) 씨가 보조작업자 박 모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 박정하(오른쪽) 씨가 보조작업자 박 모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 반장 박정하(62)씨가 6일 “다시 태어나서 이 세상을 처음 느끼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오늘 (샤워실에) 걸어가서 샤워도 하고 했다”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전했다. 현재 안대를 벗고 식사를 할 만큼 회복됐지만 박씨와 함께 구조된 동료 광부 박모(56)씨는 매일 악몽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사고 당일인 지난 10월 26일 오후 4시부터 아연 채굴 작업에 투입됐다고 한다. 박씨는 “관리 보안 감독이 왔다가 케이지(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5분도 채 안 지나서 벼락 치는 소리가 나더니 붕괴가 시작됐다. 오후 5시 40분이 채 안 됐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다리를 이용해 탈출하려다 낙하물로 인해 포기한 이들은 곧 아래쪽 갱도인 램프웨이 구간으로 향했다. 박씨는 “램프웨이 구간에 덤프들이 다녔던 큰 터널이 있어서 출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둘이서 3일 동안 10m를 괭이로 팠는데 뒤에도 막혀 있어서 작업을 포기했다”고 했다. 이들은 하는 수 없이 작업 장소로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지난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지난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9일간의 고립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추위와의 싸움이었다고 한다. 박씨는 “천막이 없었으면 밤에 추워서 추워서 못 있었을 거다”며 당시 현장에 남겨져 있던 비닐을 이용해 움막(천막)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워가며 생존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휴식 시간에 마시려 챙겨둔 믹스 커피 30개가 유일한 식량이었다고 밝혔다. 그는“전기도 나가서 커피포트를 못 쓰니 플라스틱 부분은 떼고 금속 부분에만 물을 담아서 모닥불에 끓여 먹었다”며 “사고 첫날에는 빨리 구조가 될 줄 알고 커피 믹스 2개를 종이컵 하나에 담고 이게 오늘 우리 저녁이니 저녁밥 먹자고 동료한테 말했었다”고 회상했다.

구조하러 온 동료와 처음 만난 상황에 대해서는 “탈북해서 열심히 사는 아주 젊은 앤데 ‘형님’ 하면서 막 뛰어왔고, 둘이 부둥켜안고 울었다”며 “얼마나 반갑겠나. 퍽퍽 꺼져가는 촛불이 한 번에 되살아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헤드랜턴도 배터리가 다 소진되던 때고 나무도 얼마 안 남았었다”며 “LPG 가스는 진즉에 다 떨어졌고 라이터 가스도 조금 남았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전날(5일) 윤 대통령의 쾌유 기원 카드와 선물을 전하러 온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등에게 “대통령에게 꼭 좀 전해달라”면서 “광산 안전업무기관들이 겉핥기식 점검을 한다. 광부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점검하고 보완 조치해달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10월 26일 지하 205미터 갱도에서 작업을 하다 토사가 무너져 동료 7명과 함께 매몰됐다. 5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업체 측 자체구조대로부터 구조됐으나, 박씨와 박모씨는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 3분 가까스로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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