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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내년 성장률 1%대 전망 속속…수출·내수·일자리 동반 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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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는 가운데 내년 한국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고용ㆍ물가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기획재정부와 국내외 경제기관에 따르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방역 조치 해제로 소비가 늘어나는) ‘리오프닝 효과’가 소멸되고 고물가ㆍ고금리 여파, 경제심리 부진 등으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통화긴축 강화 및 해외수요 위축 등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도 국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신증권은 “수출 부진과 내수가 동반 위축돼 내년 말까지 부진을 지속하는 L자형 회복세에 그칠 것”이라며 1.6% 성장을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세미나에서 1.9% 성장 전망을 언급했다.

해외에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세계 경제의 급격한 둔화가 수출과 설비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1.9%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3%로, 아직 2%대 성장률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1%,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를 전망했지만 조만간 기존 전망치를 하향해 수정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1%대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 때의 -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0.8%,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의 -0.7% 등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한은이 보는 잠재성장률 2.0%를 밑도는 것인데, 대형위기 때를 빼고는 흔하지 않다.

실제 한국 경제의 위기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다. 10월 수출은 524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7% 감소했다. 2020년 10월에 전년 대비 3.9% 감소한 이후 2년 만에 보는 마이너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수출 통계가 발표된 직후 “글로벌 경기 하강과 중국 봉쇄 등 대외여건 악화로 전 세계 교역이 둔화하면서 정보기술(IT) 비중이 큰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를 둘러싼 환경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가는 올해 7월 6.3%로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으나, 유가 등 원자잿값은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이고 개인 서비스 같은 근원적인 물가의 오름세는 여전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의 금리 인상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까지 커지면 그간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소비도 타격을 받는다. 이는 고용지표 악화로 이어진다. KDI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79만1000명에서 내년에는 8만400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률 하향과 함께 물가ㆍ고용 등을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온 국민을 비통에 잠기게 한 이태원 참사가 상당 기간 소비 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처럼 사회 전반에 깔린 우울감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4월~7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연간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다.

정부는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어려워지고 성장률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기재부 간부회의에서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엄중한 상황도 지속할 것이며 특히 내년 상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다음 달 내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와 함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정부 전망치는 2.6%였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차질, 유가ㆍ원자재 가격 상승, 주요국 금리 인상 같은 대외요인에 더해 저성장ㆍ경기 침체까지 겹친 '복합위기'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은 잠재 성장률(2%)을 밑도는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외적 요인에 따른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뚜렷한 정책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김흥종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는 신호가 나와야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로선 한국 경제를 지탱해줄 분야가 기업 투자인데, 정부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신산업 발굴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심리를 북돋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약세인 상황에서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 외환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금융과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기업이 수출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주력 수출산업 고도화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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