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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절 끌고 시진핑 만나는 獨 총리…EU '탈중국' 대오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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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독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포함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4일 중국을 방문한다. 최근 중국 견제 노선에 박차를 가하는 유럽연합(EU)은 숄츠 총리의 방중으로 EU의 단일대오가 흔들릴까 우려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FP=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FP=연합뉴스

숄츠 총리 방중…‘중국 견제’ EU 반발

숄츠 총리는 지난해 12월 총리직을 맡은 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을 만난다. 양국 지도자의 만남은 지난 2019년 9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시 주석을 만난 이후 3년 만이다. 숄츠 총리는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이후 중국에 가는 첫 서방 지도자가 됐다.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 CEO, 롤란드 부쉬 지멘스 CEO, 크리스티안 제윙 도이체방크 CEO, 마르틴 브루더뮐러 BASF 이사회의장 등 중국에서 활발히 사업 중인 대기업 총수들도 방문에 동반한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번 만남에서 중국의 시장 개방과 인권 문제, 기후변화 대응 등을 논의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 관계자는 이번 방중 목적 중 하나로 "중국과 어떤 형태의 협력이 가능한지 개인적 교류를 통해 찾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독일 숄츠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EU의 ‘탈중국’ 움직임과 어긋나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EU 정상회의에서 대중 전략을 논의한 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에 기술과 원자재 의존도에 대한 위험이 있다"며 "우리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국으로부터의 원자재 공급을 다변화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난을 겪는 EU가 권위주의적인 국가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기피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정부는 지난달 26일 자국의 최대 항만인 함부르크항의 확대·개발 프로젝트에 중국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의 투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또 도르트문트 반도체 생산 공장을 중국 기업 자회사가 인수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31일 숄츠 총리를 겨냥해 "유럽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이 경쟁자임을 깨달아야 하고, 중국 투자를 결정할 때 순진하게 굴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독일에서도 높은 중국 의존도 비판 

지난 2019년 11월 중국 상하이의 폴크스바겐공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11월 중국 상하이의 폴크스바겐공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국방·외교부를 포함해 6개 부처가 COSCO의 함부르크항 투자를 반대했다. 안나레나 베어복 외무장관은 숄츠 총리의 방중을 반대하면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최근 수년간 전면적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우리 대중 정책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2일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의 기고문에 "중국은 중요한 파트너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중국 지도부와 오랫동안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에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슈피겔은 "숄츠 총리는 중국에 대해 일방적인 의존도를 줄이지만 중국과 경제적으로 분리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1972년 중국과 수교한 독일은 지난 반세기 동안 활발히 경제 교류를 해왔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450억 유로(약 342조 2200억원)였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중국에 대한 상품 수출액은 1046억5500만 유로(약 146조6000억원)로 EU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현재 독일 산업체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투자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독일은 중국에 대해 안보는 경쟁자라고 인식하지만, 경제는 필요한 파트너로 보는 투트랙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자동차가 가장 중요한 수출품인 독일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고려해 안보보다 경제적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 프랑스 등 각개격파로 파고든다

중국은 프랑스 등 주요 EU 국가도 ‘각개격파’로 파고드는 모양새다. 왕이(王毅)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일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최근 EU 국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식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 전략을 경계하라는 내부 문건이 돌았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연구소의 이성현 방문학자는 "중국은 미국의 고립 작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EU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 미국과 EU의 관계가 흔들리진 않겠지만, EU 27개국은 각각 중국과 경제적인 부분에서 입장이 다양해 갈등이 계속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에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EU와 미국 간의 무역 불화가 커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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