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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보이면 소리 질러주세요"...매몰된 봉화 광산 내시경 수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갱도 붕괴 사고로 매몰된 광부 구조작업이 9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립된 작업자들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된 시추기 중 2대가 ‘빈 곳’에 도달했다. 매몰된 작업자들이 갇혀 있는 것으로 예상하는 지점이다.

170m 지점 내시경 탐색 
3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지름 76㎜ 천공기(3호공)가 목표 지점인 지하 170m 깊이에서 동공(洞空)을 확인해 오전 7시13분쯤부터 갱도 내부 내시경 장비로 탐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오전 7시쯤에는 지름 76㎜ 천공기(4호공)도 시추 작업에 성공해 갱도 내부 확인 작업을 준비 중이다.

 3일 오전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구조반 관계자들이 천공기를 이용해 확보한 지하 170m 지점에 내시경을 넣어 고립 작업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구조반 관계자들이 천공기를 이용해 확보한 지하 170m 지점에 내시경을 넣어 고립 작업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내시경 확인 작업으로 작업자들의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조 당국은 내시경 카메라에 달린 음성장치를 통해 작업자 이름을 외치고 “불빛이 보이면 소리를 질러 주세요” “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힘이 없으면 돌로 바닥이나 벽면을 두드려 주세요” 등을 반복하며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구조당국은 작업자들이 생존해 있길 기대하며 음식(미음)과 야광등 등을 지하로 내려보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이 광산에서 채굴 작업을 하던 작업조장 A씨(62)와 보조작업자 B씨(56)가 갱도가 무너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함께 작업하던 7명 중 2명은 이날 오후 8시쯤 자력으로 탈출했고 3명은 같은 날 오후 11시쯤 업체 측에서 구조했다. 업체 측은 나머지 2명의 구조가 어려워지자 하루 뒤인 27일 오전 119에 신고했다.

지난 2일 오후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6시께 발생한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지하 190m 수직갱도에 고립됐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6시께 발생한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지하 190m 수직갱도에 고립됐다. 연합뉴스

생존 여부 확인 안돼 
이들이 갇힌 곳은 지하 190m 지점으로 추정된다. 사고는 제1 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에 갑자기 밀려 들어온 토사 300~900t이 갱도 아래로 수직으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업체는 사고 후 자체 구조 작업을 하다 14시간이 지난 27일 오전 8시 30분쯤에야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 때문에 매몰된 작업자들의 가족은 광산 운영업체 측 늑장 대응으로 구조 작업이 지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 작업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제2 수직갱도 지하 140m까지 내려간 뒤 수평으로 진입로를 뚫는 작업과 매몰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땅 위에서 수직으로 시추기를 뚫어 내려가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3·4호공에 앞서 시추를 진행한 2대는 좌표 설정 오류로 실패했다. 지금까지 천공기 10대가 배치됐고 앞으로 총 12대가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3일 오전 8시까지 진입로 확보 작업은 총 210m 중 165m까지 진행됐다. 이 작업에는 구조대원 1개 조당 4명씩 모두 4개 조가 투입됐다. 당초 폐쇄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던 갱도 구간이 뚫려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진입로 확보 작업은 예상보다 진전이 있었지만, 작업자들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한 1차 음향 탐지 시도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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