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는 사라지지 않아…디지털 시대 적응 여부가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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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잡지주간(11월 1~10일)을 정해 각종 행사를 연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출판계 원로 서울문화사 심상기 회장은 "잡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지 연구해야 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한국잡지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잡지주간(11월 1~10일)을 정해 각종 행사를 연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출판계 원로 서울문화사 심상기 회장은 "잡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지 연구해야 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신문에 관해서라면 할 얘기가 많지만 잡지협회에는 그리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는데 내가 이제 원로라고 지명한 거겠죠."
 지난달 26일 서울 새창로 사옥에서 만난 서울문화사 심상기(86) 회장은 첫 잡지주간(11월 1~10일) 조직위원장을 맡은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뭔가 도움이 되니까 후배들이 자신을 끌어들인 거 아니겠냐는 거다. "늙은이가 감투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다.

한국잡지협회 60주년 첫 잡지주간 #조직위원장 맡은 심상기 서울문화사 회장

 1896년 11월 30일에 창간된 국내 최초 잡지 '대죠션독립협회회보' 표지. 사진 한국잡지협회

1896년 11월 30일에 창간된 국내 최초 잡지 '대죠션독립협회회보' 표지. 사진 한국잡지협회

 한국잡지협회(회장 백종운)는 1962년 창립됐다. 이 땅의 첫 근대잡지인 '소년' 창간일인 11월 1일을 잡지의 날로 정해 매년 조촐한 행사를 치른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협회가 올해 처음 잡지주간을 정해 각종 행사를 여는 건 그만큼 잡지 출간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협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발행 잡지는 5384종이나 된다. 매년 300종 가까운 새 잡지가 창간되고 100종 넘게 폐간되지만, 전체 잡지 산업 매출액은 해마다 가파르게 줄어든다.
 심 회장은 본지 편집국장 등을 지내다 1988년 쉰이 넘은 나이에 잡지사업에 뛰어들었다. 우먼센스 등을 창간해 순식간에 자리 잡으며 한때 잡지출판계 미다스 손으로 불렸다.

1908년 창간된 국내 첫 근대잡지 '소년'의 표지. 사진 한국잡지협회

1908년 창간된 국내 첫 근대잡지 '소년'의 표지. 사진 한국잡지협회

 침체된 잡지 문화에 변화를 불어넣을 방책을 묻자 심 회장은 "잡지 왕국이라는 이웃 일본도 요즘은 전철 안에서 종이 신문·잡지를 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잡지의 어려움이 우리만 겪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일간지나 TV, 인터넷 매체에 나오지 않는 탐사보도가 시사 잡지의 생존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잡지에서 무슨 엄청난 교양을 얻으려 하겠느냐. 생활에 도움이 된다든지 정말 재미가 있든지 해야 팔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잡지가 사라질 거로 보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어떻게 변화할지를 연구해 살길을 찾아야 한다"며 "민감한 정치적 사안도 대립하는 양측 주장을 모두 전하려 할 게 아니라 뭔가 비판의 근거가 있으면 팩트를 찾아내 과감하게 써야 한다"고 했다.

1955년 여성 월간지 '여원' 창간호 표지. 한국잡지협회

1955년 여성 월간지 '여원' 창간호 표지. 한국잡지협회

 첫 잡지주간 행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심 회장은 사전에 준비한 자료를 슬그머니 내밀었다. 연말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에서 열리는 근현대잡지 특별전 '오늘, 당신의 잡지'가 가장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의 잡지인 '대죠선독립협회회보'를 비롯해 '소년' '학원' '행복이 가득한 집' 등 1890년대부터 지금까지 시기별로 전체 4부로 나눠 150종의 잡지를 전시한다. 잡지를 소재로 한 글·그림·만화·영상 공모전 당선작들을 서울 여의대방로 한국잡지정보관 M미술관에서 전시하고, 11월 5일 서울 송파책박물관에서는 매거진 콘서트가 열린다. 11월 1일 잡지의 날 기념식, 10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도 예정돼 있다.

10월 28일 열린 근현대잡지 특별전 '오늘, 당신의 잡지' 개막식. 왼쪽부터 이창의·조영주·최재분·서혜란,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 심상기 조직위원장, 김일환·이심·전웅진씨. 사진 한국잡집협회

10월 28일 열린 근현대잡지 특별전 '오늘, 당신의 잡지' 개막식. 왼쪽부터 이창의·조영주·최재분·서혜란,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 심상기 조직위원장, 김일환·이심·전웅진씨. 사진 한국잡집협회

 심 회장은 요즘도 엘리베이터 없는 서울문화사 사옥 4층 회장실로 걸어서 출퇴근한다. "아침에 피곤할 때도 있지만 집안에만 있는다고 뭐하겠느냐. 집안에서 늙는다는 것은 참 의미가 없다"며 "사무실 나와 조간신문 보고 친구 만나고 회사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잡지는 문화하고도 관계있고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영화산업처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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