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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파일] ‘새삥’ 안무는 표절일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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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31면

유주현 문화부문 기자

유주현 문화부문 기자

지난 2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트리트 댄스를 독립된 분야로 인정하기 위해 ‘예술활동증명 운영지침’을 올해 안에 개정한다고 밝혔다. 스트리트 댄서들이 예술가로 공식 인정을 받게 된 셈인데, 춤 서바이벌 ‘스우파’ ‘스맨파’를 통해 스트리트 댄서들의 위상이 높아진 덕이다.

그런데 최근 스맨파에 표절 논란이 일었다. 계급 미션에서 챌린지 열풍을 일으킨 위댐보이즈 바타의 ‘새삥’ 안무 일부가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의 ‘세이 마이 네임’ 안무를 표절했다는 의혹이다. 스우파의 시그니처가 됐던 ‘헤이마마’의 안무가 노제의 해당 안무 저작권료 수익이 0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무가 권리 보호가 화두가 된 시점이라 짚어볼 만하다. 댄서들은 (사)안무창작가협회를 발족하고 3D모션캡쳐기술을 통해 무보를 데이터화해 저작권 등록 문화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댄서들끼리 저작권을 침해하는 표절 시비가 터진 것이다. 에이티즈 멤버와 원작자인 해외 안무가가 문제 제기를 하자 바타는 안무의 의도와 연결성이 다르다는 입장문을 냈고, 동료 안무가 원밀리언의 최영준도 기본적인 문워크 응용 동작이라고 옹호했다. 두 안무를 비교해 보니, 오토바이 시동을 거는 듯 한 손으로 핸들을 잡는 포즈로 전방 문워크 스텝을 하는 ‘새삥’의 도입부와 ‘세이 마이 네임’의 후렴구 시그니처 안무가 몹시 유사하다.

‘새삥’ 댄스비디오 썸네일. [사진 Mnet]

‘새삥’ 댄스비디오 썸네일. [사진 Mnet]

하지만 이걸 법정에 가져간다면 표절 판정이 나지 않을 것이다. 계량화된 수치로 표절을 판정하는 문학, 음악에 비해 안무는 수치 기준이 없을 뿐더러, 바타의 안무는 발차기를 하는 동작이 반복적으로 추가됐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다른 동작이다. 만일 에이티즈 안무가가 해당 안무의 저작권을 등록했다면, 바타도 조금 다른 안무를 등록할 수 있는 게 현행 등록 기준이다.(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지만 원한다면 특허권처럼 등록할 수 있다.)

이토록 애매한 게 안무 저작권인데, 올해 한국무용계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전통춤으로 인식되며 누구나 공연할 수 있던 삼고무, 오고무 등 4가지 신무용이 우봉 이매방의 창작안무로 인정받은 것. 2018년 이매방 유족들이 저작권 등록을 하자 이 춤들을 자유롭게 출수 없게 된 제자들이 반발해 법정 다툼을 벌였고,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이 창작자 편을 들어줬다. 이제 2018년 멜론뮤직어워드에서처럼 BTS의 제이홉이 삼고무를 추려면 유족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창작자의 권리가 진보하는 시대의 변화를 보여 주는 사례지만, 안무가들도 긴장해야 한다. 저작권이 보호받는 만큼 창작에 제약도 따르기 때문이다. 몇 년 새 온라인 환경이 급격히 달라지면서 ‘K 대중문화’를 세계가 주시하게 된 것도 긴장해야 할 이유다. 인기 안무가들은 한 달에 10여개의 안무를 짠다는데, 그 많은 안무가 모두 독창적일 수 있을까. 사람의 몸동작이라는 한정적 자원을 재료 삼는 안무는 어차피 무수한 레퍼런스의 결합일 수밖에 없다.

이제 예술가 대접을 받게 된 마당에, ‘새삥’ 같은 표절 시비가 계속되지 않으려면 K팝 안무에도 윤리 규정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기존의 것들을 학습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내는 건 AI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번 표절 시비에 대중의 비난이 거셌던 이유다. 바타가 쿨하게 레퍼런스를 인정했다면 어땠을까. 이런 세상일수록 우리는 더 인간다운 것을 원하게 된 건지 모른다. 안무에서나, 태도에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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