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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2연속 자이언트 스텝…겨울철 에너지 인플레에 강력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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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뒤, 27일 또 한 번 같은 폭으로 금리를 올렸다. 2회 연속 0.75%포인트 인상은 유로화가 탄생한 1999년 이래 처음이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와 수신금리, 한계대출금리 등 3개 정책금리를 각각 0.75%포인트씩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 수신금리는 1.5%가 됐다. 한계대출금리는 2.25%다.

ECB가 연달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건 잡히지 않는 유로존의 물가 오름세 때문이다.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CPI) 지수는 1년 전보다 9.9% 올랐다. 1991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ECB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히 너무 높으며 장기간 목표치를 웃돌 것”이라며 “최근 몇 달 동안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치솟았고 공급의 병목 현상, 코로나19 유행 이후의 수요 회복 등으로 가격 인상 압력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그동안 풀렸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중기 인플레이션이 2%로 복귀하도록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겨울철을 맞아 에너지 수요가 늘면 물가가 더 뛸 수 있다는 우려에 ECB가 더 적극적으로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다.

이에 더해 ECB는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Ⅲ)에 따른 유동성 공급 조건을 다음 달 23일부터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TLTROⅢ는 ECB가 유동성 확대를 위해 저금리로 유럽의 은행들에 대출해주는 제도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TLTROⅢ 금리를 낮췄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이자율을 조정하는 등의 조건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난 12일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례총회에서 “보유 채권을 매각해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ECB의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불가피하단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로이터가 지난 12~1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6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27명은 0.7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ECB가 오는 12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며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연말 ECB 기준금리는 2.75%까지 높아진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 유로존의 물가 상승세를 예측해보면 ECB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 힘들 것”이라며 “더 경기를 제약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하며 인플레이션은 안정되겠지만 유로존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수요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통화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ECB는 당분간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죌 전망이다. ECB 정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피에르 분쉬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어느 시점에 ECB 기준금리가 3%를 넘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도 “ECB가 통화정책을 서둘러 완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상의 선봉에 섰던 캐나다 중앙은행이 속도 조절에 나서며 긴축의 끝에 도달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로 인상했다. 시장의 예상(0.75%포인트 인상)과 달리 0.5%포인트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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