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치유농업, 우울증 39% 감소···위기 청소년 정신건강에 긍정적

중앙일보

입력

최근 몇몇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이 과거 학창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의혹에 휩싸이며 자숙의 시간을 가지거나 활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된다. 이러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유명인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그보다는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처,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폭력 문제는 가해 학생들의 잘못도 있지만, 문제의 초점을 가해 학생들에게만 맞춘 물리적 체벌이나 격리 등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아직 사회·정서적으로 완전하게 독립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겪어야 하는 가치의 혼선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위기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위(WEE)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이다. WEE는 We(우리)+Education(교육)+Emotion(감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지자체 교육청 등과 함께 치유농업이 위기 청소년의 신체·정서적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 농장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작물을 재배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주 1회 2시간씩 12회 진행한 결과 우울 총점이 39.2% 감소하였고, 특히 신체 능력 저하에 대한 우울감이 48.6% 감소하며 정상 단계로 회복되었다.

목공 활동 연계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골격 근량과 기초 대사량을 18.4%, 2.4% 증가시키고, 특정 환경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회복환경지각 총점도 16.4% 높여 주었다. 프로그램 체험 청소년들의 심리적 안정감도 크게 개선되어 학교생활 적응에 필요한 의사소통, 자기통제, 관계지향 점수 등이 2배 이상 높아졌다. 농촌진흥청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3년부터 교육부의 WEE 프로젝트와 연계해 치유농업을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확대·보급할 계획이다.

치열한 경쟁과 복잡다단한 인간관계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심리적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하버드대 생물학과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모든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녹색환경을 동경하는 녹색갈증이 있다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농업의 적용 범위는 위기 청소년들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취약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치유농업은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치매 어르신과 소방관, 재소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치유농업의 사회적인 가치도 주목받고 있다. 농촌 소멸의 시대 농촌을 휴양과 치유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치유농업이 농촌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6년까지 광역 지자체별로 치유농업센터를 17개소로 늘리고, 치유농업 서비스 품질인증을 받은 농장 50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농촌에 도시민을 유입하면서 활력을 높이는 동력을 치유농업이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지속된 코로나로 인해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피로감과 상실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대, 치유농업이 녹색갈증을 해소하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치유농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