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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30년간의 헌정사 관행이 어제부로 무너졌다" 野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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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안타까운 건 정치 상황이 어떻더라도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삼십몇 년간 우리 헌정사에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것이 어제부로 무너졌다.”

26일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헌정 사상 첫 시정연설 보이콧을 두고 한 말이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것 아니겠나”며 더한 말이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앞으로는 정치 상황에 따라 대통령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이 불참하는 이런 이들이 종종 생기지 않겠나 싶다”며 “그것은 결국 대통합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치는 생명체'라며 상황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고 대야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전날 민주당이 전원 불참한 데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대로 표출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때 ‘협치’란 표현을 쓰지 않은 것엔 “야당이란 말은 안 썼지만,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고 협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비리는 빼고 대장동 특검만 수용하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요구에 대해선 “거기에 대해선 이미 많은 분이 입장을 냈다”며 사실상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시정연설은 우리 안보와 경제 상황의 위중함을 전하면서 협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전한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당의 주장을 우리가 원칙을 훼손해가면서 받아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전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야당과의 강대강 충돌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초 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추진했던 대통령실도 국민의힘 지도부와만 먼저 만나기로 일정을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윤 대통령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선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지켜보시죠”라고 말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한국과 유럽 측의 우려에 대해 많이 들었고 우리는 분명히 이를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법이 그렇게 돼 있다. 우리는 법이 써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6.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6.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과거 탄소감축목표안, 제대로 한 건지”=이날 용산 청사에서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를 진행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제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에 대해 “국민 부담이 어떤 것인지 과연 제대로 짚어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과거 탄소중립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는데 국민과 산업계에서 어리둥절한 바 있다”며 “과학적 근거도 없고 산업계의 여론 수렴을 하지 않고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어찌 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우리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줄이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오히려 해당 분야를 체계적으로 산업화해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는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추가로 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새 정부에서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탄소중립 이행 방안 및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주요 정책 등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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