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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비상착륙 그 순간…"머리박아" 외침 속 착륙 후 '쾅쾅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23일 악천후 속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의 활주로 이탈 사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에 대한 증언이 전해졌다. 24일 세부 전문 인터넷 카페에는 ‘사고 났던 KE631 탑승했던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사고 직후 구글맵 켜보니 공항 끄트머리에 비행기가 있었다. 도로를 넘어 민가를 쳤을 뻔했으나 다행히 구조물을 박고 멈춘 듯하다”며 “탈출 후 보니까 바로 앞에 민가였다. 민가를 덮치지 않게 일부러 구조물을 박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랜딩 자체는 스무스했는데 비 때문인지 속도가 생각만큼 줄지 않고 미끄러진 듯하다”고 했다.

23일(현지시간)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악천후 속 착륙 후 활주로를 이탈(오버런·overrun)하는 사고가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동체가 파손된 채 멈춰서 있다.  2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전날 오후 6시 35분 출발해 세부 막탄 공항으로 향한 A330-300 여객기(KE631)가 착륙하는 과정에서 현지 기상 악화로 비정상 착륙했다. 악천후로 인해 이 여객기는 3번의 착륙 시도했으며, 결국 도착예정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공항 착륙에 성공했지만, 활주로를 지나 수풀에서 멈춰 섰다.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이 타고 있었지만,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여객기 바퀴와 동체 일부가 파손됐다. 트위터 캡처. 뉴스1

23일(현지시간)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악천후 속 착륙 후 활주로를 이탈(오버런·overrun)하는 사고가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동체가 파손된 채 멈춰서 있다. 2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전날 오후 6시 35분 출발해 세부 막탄 공항으로 향한 A330-300 여객기(KE631)가 착륙하는 과정에서 현지 기상 악화로 비정상 착륙했다. 악천후로 인해 이 여객기는 3번의 착륙 시도했으며, 결국 도착예정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공항 착륙에 성공했지만, 활주로를 지나 수풀에서 멈춰 섰다.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이 타고 있었지만,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여객기 바퀴와 동체 일부가 파손됐다. 트위터 캡처. 뉴스1

그는 “진짜 영화 한 편 찍었다”며 “비상착륙한다는 기장의 방송 이후 랜딩 시도하자 모든 승무원이 소리를 지르는데, 처음에는 이 소리 지르는 것 때문에 더 놀랐다”고 했다. 이어 “머리박아(head down)를 반복하며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며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으라는 데 임산부라 쉽지 않았다. 배도 찡기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생각보다 스무스한 랜딩에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웃으며 박수치며 안도하는데, 남편한테 아직 고개 들지마, 혹시 모르니까 고개 숙이라고 하자마자 쾅쾅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미친듯한 충격이 가해졌다”며 “5초 이상 충격이 가해진 것 같다. 비행기 전체가 정전되고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울고불고 난리 났다”고 했다.

그 후“바로 탈출하진 못하고 어디 화재가 있는지, 혹시 위험하진 않은지 전 크루가 확인 후 미끄럼틀을 펼쳐 내려왔다”며 “맨날 방송 때 미끄럼틀이 구명보트 역할도 한대서 궁금했는데, 이런 식으로 확인하게 될 줄 몰랐다. 미끄럼틀이 아주 크고 구명보트로 이용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탈출 후에도 비행기 폭파 위험 때문에 멀리 떨어져야 했다”며 공항서 대기 후 새벽에 현지에 있는 호텔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고 전했다.

실시간 비행기 추적앱 Flightradar24에 표시된 사고 항공기 궤적. Flightradar24 화면 캡쳐.연합뉴스

실시간 비행기 추적앱 Flightradar24에 표시된 사고 항공기 궤적. Flightradar24 화면 캡쳐.연합뉴스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KE631 편은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다. 항공기는 당초 세부공항에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도착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으로 인해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11시 7분 도착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착륙을 시도했으나 기상 악화로 착륙에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 접근(Missed Approach)했다. 이후 세 차례 시도 끝에 착륙에 성공했으나 활주로를 300m가량 지나쳐 정지(Over Run)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슬라이드를 이용해 비상 탈출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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