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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같네" 감탄 터진 이곳…육지 속 '미지의 섬'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전북 임실군 운암면 붕어섬을 잇는 출렁다리를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다리는 22일 정식으로 개통된다. 사진 임실군

지난 18일 전북 임실군 운암면 붕어섬을 잇는 출렁다리를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다리는 22일 정식으로 개통된다. 사진 임실군

임실군, 붕어섬 출렁다리 개통…내년 4월 정식 개장

안녕, 난 '붕어섬'이라고 해. 전북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 한가운데에 있는 육지 속 섬이지.

따끈따끈한 붕어빵이 생각나는 계절을 맞아 나를 소개해 보려 해. '붕어섬'은 먼발치서 바라보면 섬 모양이 붕어를 닮아 붙은 이름이야. 면적은 축구장(7140㎡) 9개 정도를 합친 6만6000㎡(약 2만평)야.

내가 사는 옥정호는 원래 섬진강 일부였대. 1965년 우리나라 첫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만들어지면서 호수가 됐다고 해. 일종의 인공 호수지.

4억3000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옥정호는 '전북의 보물'이라고들 해. 곡창 지대인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대는 젖줄이자 전주·김제·정읍 등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이기도 하지.

전북 임실군 옥정호 한가운데에 있는 붕어섬. 멀리서 보면 붕어를 닮아 붕어섬이란 이름이 붙었다. 풍광이 아름다워 사계절 내내 사진작가와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 임실군

전북 임실군 옥정호 한가운데에 있는 붕어섬. 멀리서 보면 붕어를 닮아 붕어섬이란 이름이 붙었다. 풍광이 아름다워 사계절 내내 사진작가와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 임실군

1965년 '국내 1호 다목적댐 섬진강댐' 건설…옥정호 생겨

오봉산과 국사봉으로 둘러싸인 옥정호는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이른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얼마나 멋지다고. 입소문을 타고 사계절 내내 사진작가와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야.

2006년 국토부가 선정한 '전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오른 순환도로도 옥정호의 매력이지. 난 옥정호에서도 백미(白眉)로 꼽혀. '백두산 천지에 와있는 것 같다'고 감탄하는 이들도 있지.

그런데 딱 하나 단점이 있어. 태생이 섬이다 보니 국사봉(해발 475m) 전망대에서 보거나 배를 타야만 들어올 수 있다는 거지. 외지인은 물론 지역 주민조차 날 직접 밟은 사람이 드물 정도야. 반세기 넘게 '미지의 섬'으로 불린 배경이지.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붕어섬. 임실군이 출렁다리 개통에 맞춰 국화와 구절초 등을 심어 섬 전체가 '꽃대궐'로 변했다. 사진 임실군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붕어섬. 임실군이 출렁다리 개통에 맞춰 국화와 구절초 등을 심어 섬 전체가 '꽃대궐'로 변했다. 사진 임실군

16년간 '개발 제한' 애환도

옥정호엔 임실 주민 애환도 숨어 있어. 1999년 8월 옥정호가 있는 운암면과 강진면 일대(1597만4000㎡)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개발이 제한됐기 때문이야. 상수원 보호구역은 2015년 8월 전면 해제됐지.

최근 희소식이 생겼어. 배를 타지 않더라도 나에게 걸어서 들어올 수 있는 다리가 놓였거든. 이름하여 '붕어섬 출렁다리'야. 드디어 오늘(10월 22일) 개통해. 이제부턴 누구나 출렁다리를 건너 나에게 올 수 있게 된 거야.

출렁다리는 길이 420m, 폭 1.5m야. 임실군이 2020년부터 110억 원을 들여 완성했어. 옥정호에서 높이 날아오르는 붕어를 형상화한 80m 높이의 주탑이 있는 비대칭 현수교야. 옥정호 수면이 내려다보이는 스틸 그레이팅(Steel grating·창살식 철발판)을 바닥재로 사용해 스릴감을 맛볼 수 있는 건 덤이야.

붕어섬에 조성된 산책로. 사진 임실군

붕어섬에 조성된 산책로. 사진 임실군

생태공원 탈바꿈…산책로·쉼터·정원 '꽃대궐'로 변해

이날 오후 2시 준공식을 하고, 오후 3시부터 '빅마마' 이영현과 나비, 나태주 등이 나오는 축하 콘서트가 열려. 임실군에선 주차장 500여 면 외에 운암면사무소 인근에 임시 주차장 300여 면을 만들었어.

아마 날 가까이서 보면 깜짝 놀랄 걸? 자연 그대로의 내 모습도 아름답지만, 최근 도시민도 쉴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거든. 수변 산책로와 쉼터·도서관, 사시사철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정원 등이 생겼어. 100만 송이 국화는 볼거리 중 으뜸으로 꼽히지. 나무도 많아 산림욕도 즐길 수 있어.

붕어섬 출렁다리. 임실군이 2020년부터 110억 원을 들여 길이 420m, 폭 1.5m의 출렁다리를 완성했다. 옥정호에서 비상하는 붕어를 형상화한 80m 높이의 주탑이 있는 비대칭 현수교다. 사진 임실군

붕어섬 출렁다리. 임실군이 2020년부터 110억 원을 들여 길이 420m, 폭 1.5m의 출렁다리를 완성했다. 옥정호에서 비상하는 붕어를 형상화한 80m 높이의 주탑이 있는 비대칭 현수교다. 사진 임실군

섬진강 에코뮤지엄 사업…'연간 1000만 관광객' 목표

날 개방하긴 하지만, 당분간 돈을 안 받고 시범적으로 운영한대. 임실군에선 내년 4월 정식으로 문을 열면 입장료 2000원을 받고, 1000원은 '임실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니 참고해.

무인도에 가까운 내가 꽃동산으로 변한 건 심민(75) 임실군수가 2015년부터 추진해 온 '섬진강 에코뮤지엄 사업' 덕분이야. 에코뮤지엄(Ecomuseum)은 문화와 생태 환경 등을 보존하면서 이를 일반인에게 알리는 '살아있는 박물관'을 말해.

섬진강 에코뮤지엄 사업은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옥정호를 기폭제 삼아 임실을 연간 100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심 군수의 사업이야. 2025년까지 580억 원이 들어간대.

심민 임실군수가 출렁다리 개통을 앞둔 지난달 29일 임실군 공무원 등과 함께 붕어섬에 조성된 생태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임실군

심민 임실군수가 출렁다리 개통을 앞둔 지난달 29일 임실군 공무원 등과 함께 붕어섬에 조성된 생태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임실군

심민 군수 "임실 발전하려면 외부서 사람 모여야"

2014년 7월 임실군수에 당선된 심 군수는 현재 전국에서 유일한 무소속 3선 단체장이야. 2만 6490명이 사는 농촌 지역 군수가 관광에 사활을 건 까닭은 뭘까.

임실이 발전하려면 외부에서 사람들이 모여야 하고, 그러려면 옥정호뿐 아니라 치즈테마파크, 성수산, 관촌 사선대, 오수 펫 추모공원(반려동물 장례식장) 등 주요 거점을 체류형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게 임실군 설명이야.

내가 과연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보물섬'이 될 수 있을까. 모두 진심으로 응원해 줘.

※본 기사는 붕어섬 출렁다리 준공식 관련 임실군 자료와 심민 군수, 이상식 옥정호힐링과장, 김은숙 홍보팀장 등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붕어섬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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