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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정태인 별세…'盧의 제갈량'이자 한미 FTA 반대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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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당시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원장이었던 정태인 씨(왼쪽에서 두번째)가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끝장토론회에 참석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 2012년 당시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원장이었던 정태인 씨(왼쪽에서 두번째)가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끝장토론회에 참석했다. 오종택 기자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진보경제학자 정태인 씨가 21일 오전 0시 43분 경기 용인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62세.

고인은 지난해 7월 초 쓰러진 뒤 폐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이후 뇌종양으로 수술과 입·퇴원을 반복했다. 병 중에도 최근까지 SNS를 통해 소통해 왔다.

1978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박사 학위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받았다. 경제학도로서 민족경제학자 박현채 전 조선대 교수를 따랐다.

그는 2002년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을 거쳐 노무현 정부 2년간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 기조실장과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실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다. 뚜렷한 진보 성향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을 지지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에 반대했다.

한때 ‘노무현의 제갈량’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한미 FTA 졸속 협상’을 주장하며 노무현 정부와 거리를 둔 고인은 이후 민주노동당과 인연을 맺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 2019년 정의당 그린뉴딜경제위원회 위원, 2020년 총선공약개발단장으로 활동했다. 심상정 의원과 가까워 대선 공약 작성을 돕기도 했다.

고인은 평생 연구자의 길을 걸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과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등을 지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였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친구 사이였다. 둘은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 동기로, 모두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저서로는 ‘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2011),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2013, 이수연 공저) 등을 썼다.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을 위한 11가지 경제정책’(2017)과 ‘거대한 전환에서 거대한 금융화로: 폴라니의 눈으로 본 현재의 위기’(2017)를 번역했다.

유족은 부인 차정인(화가) 씨와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3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 추모공원(수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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