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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정상들, 11시간 머리 맞댔지만…가스 가격상한제 난항

중앙일보

입력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에 또다시 실패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 27개국 정상은 전날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모여 가스 가격 상한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정상은 에너지 가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관심을 모았던 가격 상한제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회의에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천연가스 선물시장에 한해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1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 오후에 시작된 회의는 상한제에 동의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약 11시간 동안 이어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정치적 결정을 할 경우 생산자가 다른 곳에 가스를 팔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유럽은 가스를 얻는 게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가격 상한제는 마치 바텐더에게 ‘나는 맥주 가격의 절반만 내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주요 가스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EU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16일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회장은 현지매체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가스에 일방적으로 상한선을 적용하는 조처는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는 가스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이탈리아 등 찬성 측 국가는 독일의 동참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건 유럽과 독일 모두에 좋지 않다. 독일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EU 국가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는 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 중 일부"라며 "EU가 단결을 보여주지 않으면 푸틴이 승리한다”고 했다.

FT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회의가 시작 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회의를 마친 후 추가 논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하는 국가가 많다. 27개국 중 가격 상한제에 찬성하는 곳은 15개국으로 알려졌다.

반면 가스 공동 구매는 회원국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경쟁적으로 가스 구매에 나서는 것을 피하고 공동구매로 가스 저장고의 15%를 채우자는 내용이다.

EU는 오는 25일 에너지 장관 회의를 통해 에너지 대책을 진척시키고, 이후 몇 주 안에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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