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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이어 페북도 포스텍 손잡았다…"메타버스로 실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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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무환 포스텍 총장. 사진 포스텍

김무환 포스텍 총장. 사진 포스텍

포스텍이 국내 대학 처음으로 메타(Meta·페이스북의 새 이름)와 손을 잡았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새로운 디지털 교육 콘텐트를 함께 개발키로 하면서다. 포스텍은 메타버시티(Meta+university)로 변신 중이다. 강의실 등 캠퍼스 곳곳을 촘촘하게 메타버스로 디지털화하고 있다. 신입생 320여명에게 VR 기기를 지급, 비대면 상태로 메타버스에서 현실과 같은 수준의 실험·실습 수업을 진행할 정도다.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다른 글로벌 기업도 잇따라 포스텍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급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었고 애플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아카데미·R&D 센터를 캠퍼스에 마련했다. 김무환 총장을 만나 포스텍의 '메타버시티'를 물었다.

-'메타버시티'라는 말이 낯설다.  
"포스텍이 만든 말이다. 현실에도, 디지털 공간에도 존재하는 그런 대학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포스텍은 도서관 등 메타버스로 캠퍼스 곳곳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현실과 가상이 함께 존재하는 MR(혼합현실) 강의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있다. VR 환경을 구현하는 고글을 끼고 MR 강의실에서 수업하면 학생들 눈앞에 원자력발전소를 놔둘 수 있고, 헬리콥터를 불러와 3D 해부도를 보며 수업이 가능하다."
VR 기기를 활용한 메타버스 수업의 한 장면. 사진 포스텍

VR 기기를 활용한 메타버스 수업의 한 장면. 사진 포스텍

-메타버스 강의의 첫 시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포스텍도 2020년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수업했다. 하지만 '줌' 같은 인터넷 강의론 물리학·화학 등 실험·실습 수업까지 하긴 어려웠다. 교수들에게 새로운 비대면 수업 방식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메타버스 강의 이야기가 나왔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실험·실습 도구를 활용하면 메타버스에서 대면 실습 수준의 수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실현할 교육용 콘텐트를 개발했고, 신입생 전원에게 VR기기를 지급해 메타버스 강의를 성공시켰다."
-낯선 수업 방식인데, 학생들의 반응은.
"대면 실험·실습과 거의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래서 교육 콘텐트를 더 많이, 더 정교하게 개발·관리하는 메타버시티 교육 추진단을 별도로 마련했다. LG디스플레이 출신의 전자전기공학과 교수가 지휘하고 있다. 디지털화하는 세상에 맞게 대학도 변해야 한다. 우리의 디지털 교육 콘텐트는 지방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변 대학과도 적극적으로 공유할 방침이다."

포스텍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오프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비대면 방식의 메타버스 강의를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 내년부터 1200여명 11개과 포스텍 학부생 전원은 학과별로 전체 8학기 중 한 학기를 메타버스 강의로만 수업을 듣는다. 김 총장은 “수업을 메타버스 강의, 즉 비대면으로 하는 대신 학생들은 해외 자매대학에서 어학 수업을 받거나, 창업 등에 시간을 더 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텍 MR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텍

포스텍 MR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텍

-메타와 인연이 궁금하다.

"신입생에게 나눠준 VR기기가 공교롭게도 현재의 메타 즉 페이스북이 만든 장비였다. 메타에서 자신들의 장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아보더니 같이 메타버스 교육용 콘텐트를 개발하자고 하더라."
-메타버시티의 새 도전 분야는.
"국방과학 기술이다. 무선인터넷(WIFI)처럼 군사용으로 개발된 과학 기술이 이후 인류를 위한 기술로 전환되는 게 많다. 메타버스 교육 콘텐트를 응용하면 VR로 가상 전술이나 훈련을 할 수 있다. 육군과는 군사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은 상태다. 내년에는 국방과학기술대학원을 세워 군 연구자 양성과 국방과학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의과대학 설립 이야기가 나온다.  
"일반 의과대학과는 다른 의과학 전공과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임상을 위한 의사 배출이 아니라 연구중심 의대, 의사 과학자(MD-Ph.D)를 배출하는 의대다. 인공장기를 만들고, 빅데이터로 질병을 예측·예방하는 그런 의사 과학자다. 학부 졸업생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최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병원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세계의 난치병 환자가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든다면 지역 발전, 더 나아가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포스텍. 사진 포스텍

포스텍. 사진 포스텍

포스텍은 학생들의 취업보다 연구에 더 비중을 둔다. 포스텍은 국내 상위 1% 내외 수준의 학생이 입학하는 대학이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할 곳을 찾고, 학교가 그에 대해 고민하는 게 아니라 졸업 후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그리고 국가에 어떤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을지를 선택하는 그런 곳이 바로 포스텍이다"고 말했다.

-미래의 포스텍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
"포스텍은 설립 30년 만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으로 성장했다. 세대교체기를 맞아 다소 주춤했던 세계대학평가 순위도 지난해 대비 수십 단계를 뛰어오르며 제2 도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QS 대학평가 기준 지난해 81위에서 71위로 THE 평가에선 185위에서 163위로 향상됐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추천하는 대학, 높은 학력 수준으로 지방소멸까지 막는 그런 초일류 대학으로 역사에 남았으면 한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 김윤호 기자

김무환 포스텍 총장. 김윤호 기자

◇김무환 총장
서울대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위스콘대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식경제부 에너지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자문기구인 국제원자력안전위원회(INSAG) 한국 대표위원장 등을 맡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도 역임했다. 2019년 9월 포스텍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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